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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목좋은 자리도 ‘깔세’…“당장은 손님 없어도 안고 가야죠”
부동산| 2020-09-24 11:49
코로나19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99%가 줄어들자, 직격탄을 맞은 홍대 골목 상권의 모습. 큰 길가보다는 작은 골목길 쪽 공실이 많았다. 이민경 기자

“깔세라고 들어보셨어요? 요즘 홍대 메인거리에는 이런 전전세 형태로 매장을 넘기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전례없는 불경기를 겪고 있는 주요 대학가 상권에서는 생존을 위한 다양한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상권의 주축인 걷고싶은거리 인근의 옷가게 등 점포에서 최근 전전세(일명 깔세) 형태로 매장을 넘기는 일이 늘고 있다고 했다.

▶전전세로 월세부담이라도 줄여 보자=깔세란 세입자가 또 다른 세입자를 받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세입자는 보증금을 내지 않고 월세만 내면서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한다. 기존 세입자는 매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홍대 앞 한 공인중개사는 “지난 10년 간 홍대에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몰리고, 외국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홍대 상인들이 벌었던 매출 규모가 상당했다”며 “다른 지역에 있는 매장은 빼더라도 홍대 매장은 안고 가겠다는 생각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때문에 아예 점포 문을 닫은 채로 버티거나, 어쩔수 없이 깔세를 주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렇게 할 수 있는 점주는 버틸 자금력이 그나마 있는 이들이다. 홍대 골목길 쪽으로 들어가면 1층 매장에도 공실이 많다. 매장 유리창에 ‘임대’가 붙어있고, 무권리금 상태다. 보증금과 월세도 낮아졌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다.

홍대 골목길엔 스타일난다, 임블리 등 한류 패션·코스메틱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인근 B공인 대표는 “지금 공실상태인 점포가 과거에는 권리금을 7000만원까지 받던 곳”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매출이 정말 안 나와서 찾는 이들이 드물다”고 했다. 상업용부동산 서비스제공업체인 CBRE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가·오피스 임대차계약 규모는 50%가 감소했다.

▶사라진 권리금, 일단 최대한 버텨보자는 이들도=권리금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쉽게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상권의 메인도로 1층(일명 바닥)은 골목길에 비해 권리금이 높다.

신촌 명물거리 인근에서 액세서리 점포를 하는 C씨는 최근 부동산에 ‘권리금을 얼마로 불러서 내놓으면 점포가 빠지겠느냐’고 문의했다. 하지만 대답은 ‘거의 없다시피 하면 나갈 것’이었다.

C씨는 “작년에 억대 권리금 제안을 받고서도 넘기지 않았는데, 1년 사이에 무권리로 매장을 넘길 수는 없다”며 “코로나가 좀 진정될 것 같은 내년 중순까지는 조금 더 버텨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형법인들의 안테나숍은 매장을 철수시켰다. 신촌역 3번출구 초입의 1층 점포 공실이 눈에 띄었다. 이 자리는 주로 대형 화장품 브랜드 점포가 들어오는 곳으로 월세가 기본 1000만원 이상이다.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으면서 매출이 급감해 문을 닫았다. 신규 세입자도 없어 여전히 공실이다.

경희대 인근 공인중개사는 “큰길가 1층인데 권리금 없이 나온 매물도 꽤 있다”며 “권리금은 일종의 자리값을 주는 것인데 그만한 값어치가 없어진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8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운영이 한시적으로 중단되고, 매출에도 타격을 줬을 것”이라며 “3분기에도 서울의 상가 수는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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