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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높을수록 술 · 담배 더 한다”
라이프| 2012-10-19 11:42
50년간 지능-취향 상관관계 추적
IQ 높은 사람일수록
진화론적으로 새로운 것 선호
클래식 음악·채식도 더 즐겨



사과와 오렌지 중 지능이 높은 사람은 어떤 걸 선택할까? ‘그런 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기호의 문제는 지능과 상관없다고 여기는 게 통념이다. 지능은 학업성적이나 업무능력처럼 문제해결 능력에나 해당된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진화심리학자인 가나자와 사토시 런던대 경영학과 부교수에 따르면, 취향도 지능이다. 연애라든지, 좋아하는 음식, 수면습관처럼 일상생활에도 지능이 관여한다.

저자는 누적인원 10만여명, 50년간의 다양한 연구결과와 실증사례를 분석, 지능과 취향의 관계를 추적했다. 현대인들의 일상생활과 지능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미국 종합사회조사, 미국 청소년건강연구, 영국 어린이발달연구 등에서 실시한 추적조사를 치밀하게 분석했다. 또 ‘세계문화백과사전’과 전 세계 전통사회들에 관해 기술한 민족지 등을 참고해 진화의 과정에서 나타난 우리 조상들의 가치관 변화까지 일일이 살폈다.

저자는 먼저 지능에 대한 오해부터 밝힌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IQ검사의 신뢰성부터 유전성 여부에 대해 설득력 있게 답한다. IQ검사는 혈압계와 같다는 것. 또 성인의 80%에서 지능은 유전적이란 얘기다.

지능이 어떻게 사생활과 연결돼 있는지 흥미로운 얘기들도 많다. 가령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지능과 관련이 있다. 미국 종합사회조사 응답자들의 지능과 클래식음악 선호 사이의 상관관계를 보면, 클래식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응답자들의 지능은 평균 106.5다. 이와 달리 클래식 음악을 아주 싫어한다는 응답자들의 평균 지능은 93.3으로 IQ 차이가 무려 13점이나 난다. 영국 집단 연구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듣는 영국 10대들은 평소에 클래식 음악을 듣지 않는 동급생들보다 IQ가 7점 높다. 저자는 이를 진화론적으로 풀어낸다. 최초에 음악은 목소리이며 순수 기악은 아니었다. 따라서 노래가 딸리지 않은 순수한 기악은 진화론적으로 새롭다. 지능은 진화론적으로 새로우냐 아니냐로 결정된다.

그런 측면에서 마약, 술, 담배도 마찬가지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술을 더 많이 마시고, 담배를 더 많이 피우며, 불법적인 마약을 더 많이 사용한다. 이는 마약, 술, 담배가 나쁘다는 사실과 무관하다. 이런 물질들은 진화론적으로 새롭기 때문이다. 같은 식으로 살인, 폭행, 강도, 절도범들은 지능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범죄는 인간 진화의 초기 단계에서 자원을 놓고 싸우던 방식으로, 지능이 낮은 남성들은 자원과 짝짓기를 위한 경쟁 수단으로서 진화적으로 익숙한 것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이다. 이 논리는 커피나 수면처럼 라이프스타일에도 적용된다.
 
“상식은 진화적으로 익숙하고 그래서 자연스럽기 때문에, 지능의 역설에 따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상식을 따를 가능성이 더 낮으리라고 예상된다. 이들은 진화적으로 익숙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새로운, 비상식적이고 바보 같은 생각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본문 중)

미국 청소년건강연구 응답자들을 보면, 평일 아침에 아침식사로 커피나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그러지 않는 사람들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지능이 더 높다. 채식주의자들도 비교군보다 지능이 높다. 영국 어린이발달연구 표본에서 42세에 자신이 채식주의자라고 응답한 사람들의 어린 시절 평균 IQ는 109.1인 데 비해 육식을 하는 사람들은 100.9였다. 채식주의는 진화적으로 새로운 가치관이기 때문이다. 즉, 식량 부족과 식량 공급의 불안정성에도 불구하고 동물성 단백질을 피하고 채소만 먹은 사람은 오랫동안 살아남아 많은 자식을 남길 만큼 건강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그런 사람은 우리의 조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없다. 채식주의는 풍요 속의 사치일 뿐 아니라 진화론적으로 새로운 것이다.

마찬가지로 무신론자, 진보주의자는 종교인, 보수주의자보다 지능이 높다. 똑똑한 여자들은 애를 낳지 않을 확률이 높다. 또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복잡한 수학이나 물리를 더 잘하고, 커서 더 훌륭한 변호사, 우주비행사, 과학자, 바이올린 연주자가 된다. 복잡한 조직에서도 높은 지위에 오를 확률이 높다.

여기에 반전이 있다. 저자는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이런 진화론적으로 새로운 것은 잘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서는 적어도 지능이 낮은 사람들보다 성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즉, 친구를 못 사귀고, 배우자나 파트너를 못 만나고, 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다. 이는 우리 조상들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백만 년 동안 계속해온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자의 방점이 있다. 지능은 인간 가치와 인격을 증명하는 보증서가 아니라는 것. 미모나 키, 건강을 인간 가치와 동일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란 얘기다. 행복은 지능 순이 아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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