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 재연기 문제를 미사일방어(MD) 체계 참여와 연계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한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등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정세가 변한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뒤로 미룰 필요가 있지만,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MD체계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MD와 연계시키려는 입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 척 헤이글 국방장관의 발언을 통해 나왔다.

헤이글 장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방한기간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역량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미사일방어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주도하는 MD에 한국이 참여해야 전작권 전환을 재연기할 수 있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국 정부는 헤이글 장관이 언급한 MD가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를 비롯한 한국의 전반적인 미사일 방어능력 강화를 강조한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MD 참여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눈치다.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 “헤이글 장관의 발언을 전작권 전환 재연기와 MD를 연계시키겠다는 뜻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다만 향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이 MD 문제를 들고 나올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자신들을 포위하려는 전략이라는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MD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은 물론 중국과도 조화롭고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한다는 외교기조와도 연관돼 있다”며 “자체 미사일 방어능력 강화는 모르지만 미국의 MD체계에 참여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2012년 4월로 돼 있던 전작권 전환이 2015년 12월로 이미 한차례 연장된 데 이어 또 다시 연기론이 제기되면서 미국 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 관리들이 전작권 전환 연기를 위한 공론화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관리들은 동의하지 않고 있다”며 미 정부와 의회 일각에선 실망감과 싫증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