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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장애급여 수급…9·11 영웅들의 ‘두얼굴’
뉴스종합| 2014-01-09 11:40

9ㆍ11 테러 때 시민들을 구한 경찰과 소방관 등 ‘9ㆍ11의 영웅’들이 미국 사상 최대 장애연금 사기 사건을일으켜 충격을 주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2001년 9ㆍ11 테러 수습 과정에 참여했던 전직 뉴욕 경찰과 소방관 등 100여명이 정신질환을 얻은 양 꾸며 사회보장연금 장애급여를 타냈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전직 뉴욕 경찰 72명, 전직 소방관 8명, 구호요원 5명 등 106명이 기소됐고, 피해액은 20여년간 4억달러(4300억원 상당)에 달했다.

이들은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불안증세, 우울증 등으로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하다며 매년 수만달러씩 장애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수급액이 50만달러(5억3000만원 상당)인 경우도 있었다.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지방검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기소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9ㆍ11 테러로 정신질환을 얻었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진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나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위해 한정됐던 재원을 이들이 더 깎아먹었다”고 밝혔다.

9·11 테러 당시(사진) 시민들을 구한 경찰·소방관들이 장애연금 사기사건에 연루돼 미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대인기피, 공황장애 증상을 호소했지만 실제 생활은 판이하게 달랐다. 기소장에 따르면 어떤 이는 헬리콥터 비행을 하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블랙잭 게임도 즐겼으며, 오타바이와 제트스키를 타고 무술 도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음악에 맞춰 춤추는 영상을 유투브에 올린 이도 있었다. 외출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날 수 없다며 연금을 타낸 전직 뉴욕경찰은 낚시 여행에서 잡은 대형 물고기를 안고 배 위에서 찍은 사진을 들켰다.

이번 사건은 미국 당국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증한 사회보장장애보험 프로그램 사기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기를 총괄한 주범은 레이먼드 래벌리(83), 토머스 헤일(89), 전직 뉴욕 경찰인 조셉 에스포지토(64), 존 미네르바(61) 등 4명으로 좁혀졌다. 이들은 연금을 신청할 때 우울과 불안 증세 묘사 방식, 기억력 테스트에서 불합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옷차림과 몸가짐까지 지시했다.

WSJ은 “이번 사건이 장애연금 사기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며 “이번 사건으로 지난 20년 동안 거액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청장은 “기소된 은퇴 경찰들이 9ㆍ11 테러 당시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이다 숨진 이들과 이후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이들에게 불명예를  안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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