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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세계사] ‘춤추는 병’에 걸린 사람들
뉴스종합| 2015-01-06 08:42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잠도 자지 않고 춤만 추는 전염병, 이른바 댄싱 플래그(Dancing Plague)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전염병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진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3세기라고도 하고 7세기라고도 하는데 유럽을 강타하기 시작한 건 13세기부터입니다. 중세시대죠.

이 전염병은 ‘성 비투스의 저주’라고도 불립니다. 1278년 독일의 어느 마을 다리 위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춤을 춰서 다리가 무너지게 됩니다. 그런데 다친 사람들이 성 비투스 대성당에서 치료를 받는데도 멈추지 않고 춤을 췄다고 하네요. 마을 사람들은 춤추는 전염병이 성자가 내린 저주라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신명나게 춤추고 있는 사람들. 16세기 네덜란드의 플랑드르파 화가인 피터르 브리헐(Pieter Brueghel,1525~1569)의 그림

그러다가 1374년 6월 24일 독일의 아헨에서 큰 사건이 일어납니다. 여러 마을에서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를 따라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지쳐 쓰러져 갈비뼈가 부러지고 심장마비로 숨질 때까지 말입니다. 독일 인근에서부터 시작한 성 비투스의 저주는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 등지까지 퍼집니다. 춤만 추는 게 아닙니다. 소리를 지르고 울고 짖기도 하고 또 춤을 추다 성관계를 맺기까지 합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각 나라에선 춤추는 전염병을 없애기 위해 이들을 성 비투스 성당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마을 사람들과 격리시킵니다. 이 와중에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해 빨간 구두를 신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장례식에 빨간 구두를 신고 가는 바람에 저주를 받아 죽을 때까지 춤을 춘다는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 동화가 떠오르네요. 

아무튼 뼈가 부러지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는 이 전염병은 17세기까지 이어지다가 홀연히 사라집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뇌염이거나 환각, 간질이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명나게 춤추고 있는 사람들. 16세기 네덜란드의 플랑드르파 화가인 피터르 브리헐(Pieter Brueghel,1525~1569)의 그림

그런데 조반니 보카치오가 했던 말을 짚어보고 싶네요. 보카치오는 흑사병이 두려웠던 사람들이 드럼과 트럼펫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고 기록합니다. 가족이나 친구, 이웃이 매일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즐거워야 한다고 믿어야만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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