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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리스크에 공포에 질린 韓 증시…중국소비주, 사드이후 시총 13兆 증발
뉴스종합| 2016-10-26 09:12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遊客ㆍ유커) 수를 줄이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증시에서는 중국 소비주가 또 한 번 역풍을 맞고 있다.

‘불합리한 저가관광 근절’이라는 명분에도 불구, 지난 7월 한반도 내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후속조치일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중국 소비 관련주 10개 업체의 시가총액은 3개월여 만에 13조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앞으로도 중국 정부의 암묵적인 규제 속에 중국 소비 관련주는 위태로운 양상을 보일 수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표적인 중국 소비 관련 10개 업체의 시가총액은 전날 기준 45조13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직전일인 지난 7월7일(58조3824억원으로)과 비교해 13조246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종목별로 보면 아모레퍼시픽(-21.66%), LG생활건강(-28.37%), 한국콜마(-24.53%) 등 화장품주는 20%가 넘는 낙폭을 보였다.

대표 엔터테인먼트주인 에스엠(-28.78%)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24.09%), CJ CGV(-25.43%)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 중 CJ E&M은 보합수준인 0.14% 상승하는데 그쳤다. 중국인의 소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 호텔ㆍ면세점ㆍ카지노 관련주인 호텔신라(-13.75%), GKL(-22.87%), 파라다이스(-19.94%) 등도 하락세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974.08에서 2037.17로 3.20%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중국 소비 관련주는 ‘고난의 3개월’을 보낸 셈이다.

특히 전날 중국 정부가 한국을 찾는 유커 수를 전년 대비 20% 이상 감축하라는 지침을 자국 여행사에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 종목은 낙폭을 더 키웠다.

사실 이 지침은 불합리한 저가여행을 규제한다는 내용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저가여행 상품이 있는 모든 국가에 해당한다.

하지만 투자심리는 ‘보복성 조치설’(說)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 지침이 시기적으로 지난 7월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으로 한ㆍ중관계가 악화된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다.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ㆍ식품의 통관 불합격 건수가 급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도 불과 열흘 전이어서 이 지침이 ‘후속 규제’가 아니냐는 분석도 증권가 안팎에서 나왔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명분은 저가 해외관광 근절이지만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 중국 소비 관련주에 대한 불안심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장품을 포함한 중국 소비 관련주는 물론 관광ㆍ여행주 등을 모두 포함하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시가총액 감소 규모는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對)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전날에만 각각 1조6000억원, 1조2000억원 증발했다. 화장품 업종 전체를 보면 감소한 시가총액 규모는 5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조용선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대립각을 세운 대만의 경우 지난 노동절 연휴에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대비 30% 감소했고, 국경절 기간에는 65%가 넘는 방문객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다”며 “확연히 드러나지 않은 유커 규제의 파급을 예단하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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