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촌철살인 ‘디스’ 신선한 웃음
SBS ‘불타는 청춘’과 맞대결 볼만

KBS2 새 예능 ‘하숙집 딸들’이 14일 첫 회를 방송했다. 엄마 이미숙을 비롯해 박시연-장신영-이다해-윤소이 등 네 명의 여배우들이 모든 이미지를 내려놓고 제대로 망가지며 웃음을 주었다. 첫회의 시청률은 수도권 6.2%, 전국 5.4%(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하숙집 딸들’은 팜므파탈 안방마님 이미숙과 예쁘다고 소문난 그녀의 네딸, 개그 고시생인 하숙생 박수홍과 이미숙의 남동생 이수근이 하숙집에서 벌이는 리얼 시추에이션 버라이어티다. 얼핏 보기에 웃음 포인트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첫 회를 보니 조금은 웃음 포인트를 감지할 수 있었다.

KBS2 새 예능 ‘하숙집 딸들’ 출연진. 왼쪽부터 이수근, 윤소이, 장신영, 이미숙, 이다해, 박시연, 박수홍.

상당 부분 웃음은 이미숙에게서 나왔다. 이미숙은 매우 솔직하고, 때로는 잘난 체도 한다. 후배 여배우들을 ‘디스’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선배다. 이미숙의 ‘디스’는 작위적인 예능용 멘트가 아니다.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예능을 많이 해본 방송인들의 ‘디스’는 식상하지만, 이미숙의 ‘디스’는 신선하다.

가령, 하숙집 딸들(후배 배우) 각자에 대해서 한마디해달라고 하자, 리얼하게 말해준다.

“박시연은 애가 맹하다. 똑똑한 애가 주로 맹하다. 갈수록 얘만 살아남을 것 같다. 질리지 않으니까. 이다해는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니 지친다. 그래도 체력이 있으니까 하는 거지.”

“장신영은 드라마에서 비서 역할 하는 걸 봤는데, 책임감이 있더라. 싸움 잘하게 생겼고, 정의로울 것 같다.”

“이다해는 ‘에덴의 동쪽’ 할 때 같이 했는데, 저 나이에 저렇게 집을 꾸미고 애착을 가진 것은 다르게 보여진다. 이 친구가 깍쟁이 같은 면이 있는데 살림꾼 같은 색다른 면이 있다.”

“윤소이는 막내라기에는 나이가 많다. 철없다. 발랄해서 좋다”

그리고는 이미숙은 “더 이상 못꾸미겠다. 까야 되니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미숙은 “연기자는 짜여진 각본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인데, 아무런 각본 없이 해봐 하며 우리를 던지더라”면서 “던져졌을 때 저희들의 모습들이 관전포인트다. 우리는 던져지는데 익숙하지 않아, 여기서 나오는 불협화음, 그것이 우리의 본모습일 것 같다”고 했다.

이미숙은 “우리는 포장된 사람들이고, 의도된 상품성만 있었는데, 그것을 까발렸을때 우리 모습이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 물론 서툰 부분이 많을 것이다. 시국도 우울한데, 이걸로 웃을 수 있으면 큰 용기가 되겠다. 귀엽게 봐주면 웃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숙은 “드라마나 영화는 제작발표회에서 긴장하는데, 이건 웃기면 되더라”면서 “연기에서는 사람들의 심성을 알기 어려웠는데, 여기서는 그것을 드러내게 된다. 후배들의 심성이 참 좋더라”고 말했다.

이미숙은 “연기자들이 이미지를 많이 생각한다. 예능에서 무너지는 것, 그래서 선뜻 예능을 못했다”면서 “연기를 오래 하다 보니 이것도 하나의 장르겠더라. 나는 우울한 사람이 아니고 즐겁고 긍정적인 걸 좋아한다”고 했다.

이어 “요즘은 연기자도 숨어있는 게 미덕은 아니다. 앞서가는 건 아니지만, 도전하고 싶다. 촉이 떨어지기 전에 도전해봤다. 마침 배우들만 모으면 1등을 할 수 있겠다 해서 했더니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여배우들도 예능에 참가한 저마다의 경험을 털어놨다. 이다해는 “고품격이 아닌 저품격이 아니냐 할 정도로 세게 했다. 하지만 갈수록 승부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신영은 “나에게 왜 예능 섭외가 왔지 했는데, 이제 어떻게 게임을 할 건지 생각한다.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전했다.

‘하숙집 딸들’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 10분 방송된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SBS ‘불타는 청춘’과의 대결도 볼만해졌다. 서병기 선임기자/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