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4월 출시 단독 실손, 벌써 천덕꾸러기 예감?
뉴스종합| 2017-02-20 10:09
보험료 내려도 혜택은 더 줄어
설계사들 수당 거의 없어 외면
보험사들도 매출 줄어 시큰둥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무분별한 ‘의료쇼핑’에따른 손해율 상승을 막기 위해 오는 4월부터 새로운 실손보험이 출시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천덕꾸리기 신세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기존 계약을 유지하려하는 모습이다. 설계사들은 판매를 외면하고, 보험사들도 내색은 안해도 ‘잘 되겠느냐’며 시큰둥하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질병ㆍ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 지료를 받을 때 실제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품이다. 가입규모는 2015년 기준 3265만7000건에 이른다. 10명 중 6명이 가입한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린다.


의료관광 및 과잉진료행위로 손해율이 높아지며 보험료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실손의료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오는 4월부터 ‘기본형’과 ‘기본+특약형’으로 바꾼 새로운 상품이 출시된다. 금융당국은 기존 보험료보다 평균 25% 저렴해 ‘착한 실손’이라고 부른다.

새 상품은 일반적인 질병과 상해에 대한 진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형‘과 도수치료, 엠알아이(MRI), 비급여 주사제(비타민ㆍ마늘주사) 등 3가지 특약을 선택한 ‘기본+특약형’ 중 선택할 수 있다.

그런데 하지만 소비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새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기존보다 평균 6.8~25% 저렴하다. 하지만 특약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기존 20%에서 30%로 올라가고, 보장한도는 250~350만원, 보장횟수는 연간 최대 50회로 제한된다. 특히 2009년 9월 이전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자기부담금이 0%여서 병원비를 청구하면 100% 보험금으로 돌려 받을 수 있다. 2013년 3월 이전 가입자 역시 3년 갱신에 자기부담금이 10%에 불과해 현행 1년 갱신에 비해 보험료 인상 부담이 적다.

40대 직장인 A씨는 “나이가 들면 비급여 부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이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갈아탈 생각은 없다. 갈수록 혜택이 줄어드는 게 보험이다보니 기존 가입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존에 보험금 혜택을 보지 못했던 대다수 가입자(전체의 80%)가 갈아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200만명에 이르는 기존 가입자들이 움직여야 손해율이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가 특약으로 분리된 도수치료 등을 달리 분류하거나 보험업계가 손해율을 부풀려 보험료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들도 회의적이다.

한 손보사 설계사는 “기존에도 실손보험은 수당이 많지 않아 미끼 상품 정도였다. 새 상품은 수당이 거이 없어지는 꼴인데 설계사들 사이에 벌써부터 천덕꾸러기 보험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단독형 보험을 팔면 보험사 입장에서 매출이 줄게된다.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과장해서 보험료를 올리는 쪽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우려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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