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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안하면 살 이유가 없다”…故권영우 개인전
기사입력 2017-03-20 10:40 작게 크게
국제갤러리, ‘다양한 백색’전
미공개 백색 한지ㆍ소품 소개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말도 못하게 무서운 분이셨습니다. 작품하는 것에 있어서는 말이죠”

아들의 눈에 ‘화가’ 아버지는 그렇게 엄격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달랐다. 동기처럼, 선배처럼 살갑게 아들을 대하는 분은 아니었지만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분은 아니었다. 뭐든지 선택지를 주고 ‘너 하고픈대로’를 말씀하셨던 아버지기에, 작업에 있어서 한편 깐깐하게, 한편 혹독하게 변하는 모습이 달라보였다. 

국제갤러리는 대표적 단색화 작가인 권영우(1926-2013)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1970~80년대 미공개 백색 한지작품과 소품이 선보인다. 사진은 설치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권영우, 무제(P75-2), 패널에 한지, 122.5×122.2㎝, 1975 ⓒ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사진제공=국제갤러리]


단색화 대표작가인 권영우(1926-2013)의 이야기다. 고 권영우 화백의 개인전 ‘다양한 백색’(Various White)이 열리고 있는 국제갤러리에서 만난 아들 권오현씨는 아버지에 관한 일화를 소개하며 아버지의 작품에 대한 집념이 남달랐다고 강조했다. “하루는 식사를 하는데, (오른손잡이인데도)왼손으로 식사를 하셨습니다. ‘어디 다치셨습니까’ 하고 물으니 ‘아니다’는 답만 하셨죠. 나중에 알고 보니 작업을 오른손으로 하는데, 일상생활을 오른손으로 하다가 혹시나 손을 다칠까봐 그러셨다는 겁니다. ‘내가 작업을 안 하면 살 이유가 없다’하시면서요”

뿐만이랴, 작업 외에 다른일은 ‘관심 밖’이었다. 작업에 혹시라도 영향을 주는 일은 사전 차단했다. 1989년 파리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 아뜰리에를 구하는 과정도 그랬다. “당시 비슷한 연배의 화가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던 지역에 가 보시고는 ‘여기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친분 있는 화가들끼리 한 동네에 모여 사니 서로 왕래도 하고 교류도 활발했던 모양인데, 본인 작업 하시는데 사람이 드나드는게 싫으셨던 거예요. 그래서 결국 반경 10킬로미터내에 화가가 전혀 없었던, 용인에 터를 잡으셨지요”

오로지 그림에만 몰두하다보니 자연스레 다른일은 모두 부인에게 넘어갔다. “한국화를 기반으로 1970년대부터 이렇게 혁신적 작업만을 하실 수 있었던덴 어머니 공이 크죠. 생계를 모두 어머니가 책임지셨으니까요” 권영우 화백이 중앙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기 전까지 부인인 박순일(1926-2013)씨는 바느질을 하거나 애완용 새를 키워서 가계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도 권 화백과 마찬가지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2기로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였다. “어머니는 왜 그림 안하시냐고 물은적이 있었죠. ‘그림이 쉬운게 아니다. 아버지도 저렇게 고생하시는데, 나까지 하면 집안이 뭐가 되겠느냐’는게 어머니 말씀이셨어요” 거장의 뒤엔 그의 예술세계를 알아보고 지원해준 아내가 있었다. 

권영우, 무제, 한지, 61×50㎝, 1980년대 ⓒ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사진제공=국제갤러리]

권영우, 무제, 한지, 100×81㎝, 1980년대 ⓒ artist’s estate and Kukje Gallery[사진제공=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이번 전시에서 1970~80년대 제작된 미공개 백색 한지와 소품 작업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2015년 개인전 이후 2년만이다. 작가가 생전에 촬영한 1990년대 인터뷰 영상과 작가의 친필 편지, 작업노트, 작업도구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다양한 백색’은 1975년 단색화의 시초로 꼽히는 ‘한국 5인의 작가, 다섯 가지의 흰색’전에서 따왔다. 단색조의 한지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돼던 때이기도 하다. 이우환 화백의 주도로 한국의 ‘백색화’를 일본에 처음 소개한 당시의 전시에는 권영우, 박서보, 서승원, 이동엽, 허황 등이 참여했다. 국제갤러리의 ‘다양한 백색’전은 4월 30일까지 열린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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