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힙스터의 포토그래퍼 ‘토드 셀비’ 개인전
라이프| 2017-04-26 13:33
대림미술관, ‘The Selby House: #즐거운 나의 집’
유명인 사진과 크리에이터 작업실 전경 등
친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칼 라거펠트, 크리스챤 루부탱, 올리비에 잠… 이름만으로도 세계 패션계를 움직이는 이들이 그의 카메라 앞에 섰다. 배경은 그들의 집, 자주가는 카페, 스투디오, 외곽의 세컨하우스다. 친구집을 보여주듯, 친구의 일상을 보여주듯 친숙하고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사진은 그를 곧 세계적 사진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포토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토드 셀비(40)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은 오는 4월 27일부터 일상의 이면을 포착한 사진과 자유분방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힙스터들의 개성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토드 셀비의 개인전 ‘The Selby House: #즐거운 나의 집’을 개최한다. 

Retts Wood on Her Boat, London, 2009 ⓒ Courtesy of The Selby [사진제공: 대림미술관] 포토그래퍼 레츠 우드(Retts Wood)의 집은 센트럴 런던(Central London)의 사설 선착장에 정박되어 있는 운하용 보트이다. 토드 셀비가 자신의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라고 밝힌 레츠 우드의 공간은 아담하고 안락하며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보트를 한 번도 운전해본 적 없던 그녀는 무작정 배를 장만하여 닷새 간 런던 운하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인물사진 전문 포토그래퍼인 레츠 우드는 물 위를 유랑하며 버버리(Berberry), <엘르(Elle)>, <보그(Vogue)>등 유수의 패션 브랜드 및 잡지사와 작업하고 있다.
Annie Novak at her Rooftop Farm, Brooklyn, 2010 ⓒ Courtesy of The Selby [사진제공: 대림미술관] 뉴욕 브루클린(Brooklyn)에 위치한 이글 스트리트 옥상 농장(Eagle Street Farm)은 이름 그대로 옥상에 꾸려진 농장으로, 다양한 농작물과 꿀벌, 토끼, 닭들이 자라고 있다. 애니 노박(Annie Novak)은 사람들과 음식 간의 밀접한 관계에 흥미를 느끼고 옥상을 개조하여 농장을 만들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온기가 유지되는 그녀의 도심 속 농장은 채소를 재배하는 것 외에도, 자갈과 타르로 뒤덮인 기존의 옥상보다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것들이 많다.
Ambika Conroy at Her Farm, Woodridge, NY, 2013 ⓒ Courtesy of The Selby [사진제공: 대림미술관] `암비카 콘로이(Ambika Conroy)는 친환경적인 디자인 의류를 만든다. 머쉬멜로우 뭉치 같은 16마리의 앙고라 토끼와 염소, 양을 키우며 매년 깎은 털로 실을 뽑고 모자와 스웨터를 짠다. 손수 만든 옷들은 자연에서 얻은 천연 재료로 염색하여 판매한다. 뉴욕 주 남부에 위치한 캐츠킬 산맥(Catskill Mountain)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에게 동물들은 유익한 소재이자 영감의 원천이다. 토드 셀비는 그녀의 토끼들 중 뽐내기를 좋아하는 매력적인 토끼 실베스터(Sylvester)를 가장 좋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미술관 입구부터 전시장 내부, 정원, 카페까지 미술관 전체가 셀비의 집으로 변했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촬영한 초기작품부터 패션과 요리에서 활약하는 인물의 역동적 작업실과 창의적 주방을 담은 230여 대표사진이 한자리에 모였다. 직접 키운 앙고라 토끼털로 의상을 만드는 니트 디자이너 암비카 콘로이, ‘발망’의 최연소 디자이너 올리비에 루스테잉, 10 꼬르소꼬모 설립자 카를라 소차니의 작업 공간과, 멕시코의 깊은 정글에 자리 잡은 에릭 워너와 마이아 헨리의 레스토랑, 루프탑을 농장으로 바꾸는 도시 농부 애니 노박의 일상을 담은 사진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창의적인 삶의 모습을 토드 셀비의 애정 어린 시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Lindsay Degen at her Studio, Brooklyn, 2013 ⓒ Courtesy of The Selby [사진제공: 대림미술관] 손뜨개 디자이너 린지 디건(Lindsay Degen)은 뉴욕에서 뜨개질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브랜드 디건(Degen)의 창립자이다. 그녀는 특별하고 독특한 형태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만들며 니트의 경계를 확장한다. 뜨개질에 대한 그녀의 열정은 3살 때 할머니로부터 바늘 세트를 선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유전학자인 부모님의 영향으로, 뜨개질 한 땀을 하나의 입자로, 손뜨개로 만들어진 작품을 분자나 바이러스 혹은 미생물로 이해한다.
Virginia Bates at Home and Store, London, 2013 ⓒ Courtesy of The Selby [사진제공: 대림미술관] 빈티지 전문가 버지니아 베이츠(Virginia Bates)는 배우 생활을 은퇴한 후 `버지니아 앤티크(Virginia Antiques)` 숍을 열어 빅토리아 시대의 욕조, 황동 프레임 침대, 페티코트 등의 앤티크 가구들과 의상을 판매했다. 패션 모델 헬레나 크리스텐슨(Helena Christensen)과 나오미 캠벨(Naomi Cambell)이 이 곳에서 구매한 코트를 패션 위크에서 착용하며 매출이 급격히 늘었고, 그녀와 그녀의 수집품도 크게 주목 받았다. 2013년 그녀의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보그(Vogue)>의 블로거이자 패션 피플로 꾸준이 활동하고 있다.
Iris Van Herpen at her Studio in Amsterdam, 2013 ⓒ Courtesy of The Selby [사진제공: 대림미술관]아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은 최초로 3D 프린팅 드레스를 선보인 독보적인 패션 디자이너이다. 화려하고 초현대적인 그녀의 컬렉션을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 첨단기술과 새로운 재료의 사용 등 생소한 것들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다. 하이테크를 활용해 레이저 커팅된 예복, 봉제선 없는 라텍스 드레스 등 획기적인 의상을 제작한다. 그녀는 다양한 예술 분야의 인물들과 협업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은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또한 동물, 음식, 자연 등 일상적 소재를 일러스트와 드로잉도 선보인다. 일상 자체가 창의적 결과물로 이어지는 가장 ‘셀비다운’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실과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과, 작가의 어릴 적 꿈과 기억이 하나로 응집되어 환상적인 에너지로 폭발하는 ‘셀비의 정글’과 같이 관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는 10월 29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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