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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 스토리-김병태 서울관광마케팅㈜ 대표 ①] “폭탄주 제조 관광체험상품도 팝니다”
뉴스종합| 2017-04-28 11:40
-‘국내 최초’ 다수 타이틀 이색 이력…자타공인 ‘동업의 달인’서 협업전문가로 변신…김병태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의 혁신리더십

서울관광마케팅(주) 대표이사 김병태(59). 회사명도 이름도 생소한 편이지만 그의 이력을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국내 최초의 한국어ㆍ영어ㆍ중국어 병기 전국 지도책 발간, 국내 최초 MICE(MeetingsㆍIncentive tourㆍConventionㆍExhibition; 회의ㆍ포상관광ㆍ컨벤션ㆍ전시) 전문 여행사 설립, 지산락페스티벌에 사상 최대인 8만명 관람 팝아트 전시 기획, 국내 최초 ‘CEO 오페라 클래스’ 풍월당 기획, 국내 최초 중저가 호텔체인 애플트리 개발…. 출판문화관광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름들이 그가 만든 발자취다.

유독 첫번째 타이틀을 많이 보유한 그는 2015년 6월부터 서울관광마케팅(주)의 4대 수장을 맡고 있다. 서울관광마케팅은 서울시가 외래관광객 2000만 시대를 맞기 위해 2008년에 세운 관광마케팅 전문 주식회사다. 초기 민간자본도 참여했지만 지금은 서울시가 100% 출자한 형태로 바뀌었다. 김 대표는 3년 임기의 7부 능선을 넘고 있다.

“처음 3개월간은 가슴에 사표를 넣고 다녔더랬죠 .시민 세금이 봉급인데, 취임 한달간 뭐했나 싶고…. 공기업에 변화를 일으키는 게 쉽지 않아 견딜 수 없었어요.”


▶동업 전문 사업가에서 협업 전문가로=바뀐 건 유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에게 사의를 표명하러 갔을때 유 부시장이 “공무원들도 다 그렇다. 아무것도 한것 없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르면 무언가가 이루어 져 있더라”라는 말을 듣고 서다. 이후 회사의 법적지위를 규정한 조례를 통과시키는 것으로, 여러 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K-팝 팬사인회를 8회 했다. 경비만 1억5000만원에 수입은 1억 밖에 되지 않는 행사에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의 지원을 끌어들였다.

그는 자타공인 동업 전문이었다. 그가 만든 회사들은 어떤식으로든 동업형태다. 그러던 그가 관광행정 분야로 발을 들인 뒤에는 협업을 이끄는 전문가가 됐다. 고등학교 문예반장 출신다운 달변으로 사람을 설득하고, 술자리 단골 건배사가 ‘배우자’ ( ‘배’려하는 ‘우’리가 ‘되’자의 줄임말)일 정도로 상대를 살뜰히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로 공무원과 다른 지자체 공사들을 끌어들였다.

회사가 작년 11월에 출시한 모바일관광장터 ‘원모어트립’에 서울 지역 관광상품 뿐 아니라 남이섬, 평창, 남원 등 지역 관광상품을 팔 수 있게 중앙정부와 타 지자체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이 앱에선 삼해소주 체험, 경복궁 한복체험 등 전국 여행사 60곳의 체험상품 194개가 판매 중이다. 이후 경기관광공사 등 지역관광공사 사장들과는 만나서 술 마시는 사이가 됐다. 관광공사와의 협업은 더욱 끈끈해져, 공사는 서울관광마케팅으로부터 직원 파견 근무 요청을 받고 검토 중이다.

▶사장실 없앤 실용가, 솔선수범의 리더=종로구 대학로에 소규모 빌딩 2개층을 쓰고 있는 회사 사무실에는 사장실이 따로 없다. 올해 평창올림픽지원팀 신설로, 사무공간이 부족하자 대표이사실을 없애버린 것이다.

김 대표는 “제가 처음와서 직원들에게 요구한 것은 위에서부터 희생해야 회사가 바뀐다는 것이었다”며 “우리의 희생을 통해 회사를 개혁시켜나가자”고 했다. 이후 외부 강의료 등을 받으면 회사로 입금했다.

작년 ‘원모어트립’과 ‘디스커버서울패스’ 등 출시 성공에 힘입어 서울시 산하기관 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보너스도 지급했다. 김 대표는 본인의 보너스도 회사에 반납했다. 그는 “어떤 직원은 보너스로 시골 부친 보일러를 바꿨다고 하고, 직원들이 기뻐하니 나도 좋더라”고 했다.

▶삶의 질을 바꾸는 체험관광 시대의 도래=김 대표는 스스로 변화에 민감하다고 했다. ‘촉’이 발달한 듯 했다. 부친이 한국 추상 조각의 선구자인 김종영 작가로, 미학적 감각이나 직관력은 타고났을 성 싶다. 김 대표는 세계 관광업의 흐름이 목적지 지향에서 체험 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단언했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파리에 가면 개선문, 에펠탑 봤냐고 물었다면 지금은 몽마르뜨 언덕에서 그림 그려봤는지가 된다”고 예를 들었다.

인생을 즐기자는 모토로 사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족의 등장과 더불어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으로의 전환도 큰 흐름 중 하나다. 그는 개별관광(FIT) 중심으로 관광 실행 정책이 바뀌어야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개발한 것이 원모어트립과 디스커버서울패스(DSP)다. 원모어트립은 개인이 직접 모바일로 예약ㆍ구입하는 체험여행상품 장터인데, 서울의 ‘폭탄주 체험’상품은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 영상 덕인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80달러를 내면 폭탄주 제조의 달인 포항 다미촌 사장이 직접 폭탄주 제조, 시연하는데 외국인 눈에는 이색 볼거리다. 패스권 하나로 서울 주요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DSP는 24시간권이 발행되자, 롯데쇼핑이 VIP 고객용 상품 증정용으로 대량 구입하는 등 유통 기업들의 판촉용으로 인기가 좋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 48시간권은 쓸 수 있는 방문지 수가 애초 16개소에서 22개소로 늘었으며, 두타면세점 등 할인 제휴처도 14곳이 포함된다.

김 대표는 또 다른 흐름으로 “관광 효과를 경제유발, 고용창출 등 경제적 측면에서 얘기하는 시대가 지났다. 이제는 거주민들의 삶의 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 정성적 평가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소개했다. 세계 주요 관광 도시가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객에 의해 원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으로 몸살을 앓듯 서울도 거주민의 삶의 질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한다는 얘기다.

GPS가 없던 시절 김병태 당시 서부출판 대표가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뛰면 만든 160쪽 짜리 도로교통지도책은 베스트셀러가 돼 수익금으로 강남에 집 한채를 살 수 있었다.

▶서울은 “MICE 세계 1등 도시” 될 것=“서울시는 가장 트렌드에 빠른 도시여야합니다.” 세계 주요 도시들과 경쟁하는 글로벌 시대에 서울 관광이 나아갈 방향을 묻자 이같은 답은 돌아왔다. 시가 역점을 둬 추진하는 MICE 활성화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MICE의 경계가 없어져, 관련없는 산업이 없다”면서 “단순 회의, 포상관광 뿐 이라면 전시면적이 얼마나 큰 지, 호텔과 공항과는 얼마나 가까운지가 MICE 성공 요건이었고, 이런 면에선 싱가폴이 1위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전산업군이 후방산업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폭넓은 역사와 문화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서울은 역사성을 갖고 있고, K-팝 등으로 활력이 넘치는데 다만 전시시설, 컨벤션 면적이 부족한 게 흠이었다”며 “영동대로 복합개발 등 MICE 산업벨트가 완성되면 괄목할만한 1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상하이는 전시시설 밖을 나오면 허허벌판이지만, 서울에선 전시장 바로 밖에 도시민의 삶이 숨쉬는 공간으로 나온다”고 했다.

▶서울로7017의 편의시설 활성화 복안은=서울관광마케팅은 다음달 20일 개장하는 서울역 고가공원 ‘서울로7017’에 설치되는 여행자카페 등 관광편의시설 운영을 모든 기관이 맡지 않으려고 하자 선뜻 손을 내밀었다. ‘서울로7017’은 박원순 시장의 역점사업으로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 주민편의시설은 잘 운영해도 만점을 받기 쉽지 않다.

편의시설로는 관광안내소와 꼬마김밥 등 먹거리를 파는 식당(장미김밥), 카페 등이 있다. 김 대표는 “각각 3평, 10평, 30평짜리가 있는데 둥그런 형태에 유리로 돼 있다. 식음료를 쌓아두고 보관할 수 없고, 내부에 화장실이 없고, 겨울철 방문자가 감소하면 수익을 어떻게 내겠냐”며 “바로 코앞이 시청이고, 언론의 보는 눈들도 많으니 여차하면 뭇매맞기 쉬우니 누구도 운영하려 들지 않았다”고 운영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곳을 “시민 1000만이 외국인 2000만을 맞이하는 웰컴라운지”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가 다리 자체를 안내센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관광안내소에선 현지인이 외국인 관광객을 안내한다. 또한 식당에선 탈북청소년이 메인 셰프가 되어 토스트 등 길거리 음식을 만든다. 그는 “직원 절반은 외국인을 쓸 것”이라며 “시민들이 서울로7017에만 올라가면 언제든 외국인과 교류할 수 있는 그런 상징적인 장소로 만들겠다”고 욕심을 냈다.

그는 “직원들에게 수익 보단 명분을 쌓고 상징을 만들자고 했다”며 “‘욕먹으면 내가 다 책임질게’라고 했다”며 웃었다.

대담=이진용 사회섹션 에디터/jycafe@heraldcorp.com
정리=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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