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이름을 거니, 명주가 되다 ] 살아있는 버번 위스키의 전설…톰 불렛
뉴스종합| 2017-09-23 08:53
-아메리칸 위스키의 르네상스 열어
-집안 대대로 전해진 전통 제조법 연구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이름을 건다는 것은 굉장히 책임이 막중한 일이다. 자신과 가문의 선대, 후대에까지 영향을 주기때문이다. 여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오로지 술 하나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 있다.
 
기네스, 조니워커, 스미노프 등 한번쯤 들어본 이 술들은 사실 사람의 이름이다. 누군가에게 ‘인생술’로 칭송받는 명주 중에는 창시자의 이름을 건 술들이 상당히 많다. 이 술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수백년 간 이 술이 후대에 이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한 잔의 술을 위해 인생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제공=디아지오코리아]톰 불렛(Tom Bulleit)

<9> 톰 불렛= 미국을 대표하는 술로 서부영화나 미국 문학에 흔히 등장하는 ‘버번 위스키’는 옥수수와 호밀로 만든다. 옥수수를 증류한 뒤 숙성시켜 만드는 위스키는 18세기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번의 유래는 켄터키주에 있는 버번 카운티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제공=디아지오코리아]불렛 버번 위스키(왼쪽부터 불렛 버번, 불렛 라이, 불렛 버번 10년)

19세기 초 미국 켄터키 주 버번지역의 가장 흔한 풍경은 농민들이 농장 안에 갖춰진 소형 증류기로 직접 위스키를 증류하는 모습이었다. 도로라고 하기에는 어려울 만큼 협소한 길로 대량의 곡물을 직접 운반하기보다는 곡물을 위스키로 가공해 강을 통해 배로 나르는 것이 비용적으로 훨씬 효율적이었기때문이다.

1830년대 켄터키 주 루이빌의 작은 선술집에서 일했던 아우구스투스 불렛(Augustus Bulleit)은 가장 흔한 옥수수를 활용해 독특한 풍미의 버번을 만드는 일이 고민이었다. 그는 수많은 실험과 실패를 반복한 끝에 결국 본인 만의 개성이 담긴 버번 위스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1800년 대 중반 아우구스투스 불렛의 버번은 켄터키 주는 물론 인근의 인디애나 주 전역으로까지 팔리기 시작했다.
[제공=디아지오코리아]불렛 버번 칵테일 ‘보일러 메이커 (Boilermaker)’

하지만 성공의 기쁨에 취하는 것도 잠시였다. 버번 베럴을 켄터키에서 뉴올리언스로 수송하던 아우구스투스 불렛은 갑자기 흔적도 없이 실종됐다. 불렛의 일평생을 바친 버번 위스키 또한 역사 속으로 영원히 파묻히는 듯 했다. 불렛의 영문 모를 실종 후, 불렛 일가는 세계 대전과 대공황 등 암울한 시기를 겪었고, 그 누구도 증류주 사업을 재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저 가문의 후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버번 레시피와 전통을 대대로 전하는 것 뿐이었다.

찰나의 전설로 남을 뻔 했던 불렛 버번 위스키의 역사는 아우구스투스 불렛의 고손자인 톰 불렛(Tom Bulleit)에 의해 다시 시작됐다. 톰 불렛은 고조 할아버지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르듯 과거의 불렛 버번 위스키를 재현하는데 평생을 걸기로 다짐했다. 다짐을 실현해 줄 발판으로 1987년 불렛 증류회사(Bulleit Distilling Co.)를 열었다. 당시 톰 불렛은 ‘변호사’라는 본인의 직업을 과감히 포기했다.

톰 불렛은 150년 이상 집안 대대로 내려져온 위스키 제조 노하우를 연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마침내 1994년 최상의 원재료와 특별한 증류 방식, 그리고 정성 어린 숙성단계를 거쳐 위스키의 풍미를 극대화시킨 ‘불렛 버번(Bulleit Burbon)’위스키를 탄생시켰다.

톰 불렛은 불렛 버번으로 아메리칸 위스키의 르네상스를 여는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호밀 95%와 맥아 5%를 주원료로 한 ‘불렛 라이(Bulleit Rye)’ 위스키까지 탄생시켰고, 아직까지도 전세계적으로 미국 특유의 위스키 풍미와 문화를 전파하는데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불렛 위스키는 높은 품질과 세련된 패키지로 3년 연속 미국의 권위있는 주류대회를 석권했다. 미국 내 소규모 생산 버번 위스키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제공=디아지오코리아]불렛 증류소 이미지

‘살아있는 불렛 버번의 전설’로 통하는 톰 불렛은 버번 위스키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테디 루즈벨트가 그랬죠. 당신이 있는 곳에서 당신이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제게는 그것이 켄터키 주에서 버번을 만드는 일이었을 뿐입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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