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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페미니즘 소설이 지금 필요할까?
기사입력 2017-11-13 14:36 작게 크게
조남주, 김이설 등 7명의 작가 테마소설집 출간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표지에 페미니즘 소설집이란 제목을 달고 나왔을 때 얼마나 많은 악플이 달릴까, 마음이 편치 않았다.”(조남주 작가),“페미니즘 소설이라고 남자들과 싸우는 소설로 읽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김이설 작가).

현재 문단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7명의 여성작가가 페미니즘 테마 소설집을 냈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를 비롯, ‘쇼코의 미소’의 작가 최은영, 김이설,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최정화 등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건지를 주제로 신작소설집 ‘현남 오빠에게’(다산북스)를 냈다.

페미니즘 담론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소설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공감대아래 의기투합한 작품집이다.

조남주, 김이설, 최정화 작가는 13일 합정동 다산까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첫 페미니즘 소설 출간의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대한민국의 폭력실태, ‘가스라이팅’ 보고서=대한민국 30대 여성의 자화상을 그려낸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그동안 담론의 장에서 얘기돼온 페미니즘을 일반 독자들이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목소리를 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반향이 컸다. 소설은 40만부 이상 판매되며 ‘김지영 현상’을 만들어냈다. 조 작가가 ‘82년생 김지영’ 이후 1년 만에 펴낸 새 소설, ‘현남 오빠에게’는 또 다른 우리 사회 폭력의 실태인 데이트폭력의 형태인 가스라이팅을 주제로 삼고 있다.가스라이팅은 사랑이라는 미명아래 상대방이 자신에 대한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무조건 따르게 만드는 것을 이르는 용어. 소설 속 화자인 나는 스무살 서울에서의 낯선 대학생활에서 남자친구 ‘현남 오빠’의 도움을 받으면서 의지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 너를 위한 거야‘같은 말로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현남 오빠’에게 불편함을 느낀다.

화자가 그걸 폭력이라고 인식하기까지는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바로 오빠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깨달음이다. 그리고 화자는 만남의 순간순간들을 모두 떠올려 나열하며 서늘한 이별 편지를 쓴다. 조 작가는 “여성을 억압하고 본인의 가치관대로 따라주길 바라고 피해자는 따라가는 가스라이팅의 사례를 여러 군데서 참고했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왜 피해자들이 자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피해자들이 왜 피해사실을 발언하지 못할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바로 그런 질문을 독자들이 갖도록 하는 게 제 소설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김이설의 ‘경년’은 열다섯 살 아들과 열두 살 딸을 둔 40대 여성이 이들의 행동을바라보면서 이 사회에서 아들을 둔 엄마가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 작품. 최정화 작가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는 남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남성의 목소리로 세상을 말하는 것에 더 익숙한 나 자신의 자각을 다루고 있다.

▶페미니즘 소설을 쓴다는 건 ‘부담’=김이설 작가는 이번 ‘경년(更年)이란 작품은 ‘페미니즘이란 단어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해줘야 하는가’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또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게 어떤 건지, 함께 읽어야 할 책”으로서 소설을 구상했다고 덧붙였다. “선동이나 전사의 역할이 아니라 ‘손잡고 있습니다’, ‘당신만 겪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도 겪고 있습니다’는 메시지를 주는지점이 됐으면 좋겠다는게 그의 바람이다.

조남주 작가는 “글을 쓰면 그 속에는 나 자신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인데, 페미니즘 소설을 쓰면 여성혐오가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었다”며, “나 스스로에게 문제제기하는 마음으로 이번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소설가의 역할은 소설을 통해 “여성들이 여성의 이야기를 많이 하게 하게 하는 것,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것 까지”라며, 문제해결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은 그런 분야의 전문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페미니즘 소설의 역할을 규정했다.

“목소리가 나오고 나면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해서 얘기가 진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게 그의 역할론이다.

최정화 작가는 다른 작가들이 쓴 여섯 편의 소설을 보면서 한국 여성의 삶을 카메라로 담아낸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현남 오빠에게’의 사랑을 부조리하다고 여겼는데, 되돌아보면 데이트할 때 내 자신의 모습이기도 해, 내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을 했다”며, 소설적 경험의 힘을 공유했다.

▶‘발언’과 ‘문학성’ 사이=주제의식이 뚜렷한 소설은 일정부분 문학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소설집에 참여한 작가들도 그런 고민의 흔적을 내비쳤다.

김이설 작가는 내가 페미니즘 작가인가 자문하면서 고민도 많이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작가들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작가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 해답을 제시하는 건 소설가의 몫은 아니다.작가는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페미니즘 소설도 문학적즐거움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잘 해결을 못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조남주 작가는 “나 스스로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과 문학성 있는 소설을 둘 다 할수 없으리라는 주제파악을 했고,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분명하게 전달하는쪽을 택했다”며, “그런 가운데 문학성이란 뭘까 고민하면서 좀더 자신있게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화 작가는 이번 소설 ‘모든 것을 제 자리에’를 통해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모르는 가운데 다른 대안적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주제가 강하게 부각됐을 때 문학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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