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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현장] “구국영웅” “각하”…박정희 향수에 젖은 그들, 왜?
기사입력 2017-11-15 09:30 작게 크게
-‘박정희 100주년 기념’행사…서울 곳곳서 행사
-현충원ㆍ대학로 등 지지자 2000여 명 참여
-전문가 “지지자들의 신화가 60년대에 머물러있기에”

[헤럴드경제=김유진ㆍ정세희 기자]‘새마을 운동, 각하, 좌익, 공산당’…. 2017년 11월 서울 한복판, 시간이 1960년대로 멈춰선 듯 하다. 지난 14일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박정희의 업적을 열거하며 그를 그리워했다. 거리는 1960년대를 방불케 하는 선전과 구호로 가득 찼다.

지난 14일 서울 국립 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탄생 100주년 행사


▶시간도 잠든 현충원, 애국당과 朴 일가가 채웠다=“구국의 영웅 박정희!”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은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인파로 북적거렸다. 현충원 가장 안쪽 자리에 자리 잡은 박 전 대통령 묘소 앞은 1000여명의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광판 차량에선 박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이 상영됐다.

이날 기념식에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공동대표를 비롯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 내외가 자리했다. 조 공동대표는 “박정희 탄신 100주년 우표나 동상 제작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한 눈으로 역사를 보는 시각이다. 박 전 대통령 가족 분들과 의논해 11월 한 달을 박정희 탄신 100주년 기념 기간으로 정해 사진전을 열고 우표도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팡이 짚고 있던 김모(90) 씨는 자신이 참여한 6.25 전쟁을 떠올리며 박정희를 그리워했다. 그는 “빨갱이가 집권한 나라가 세월호와 광주만 부르짖고 있다”며 “6.25 참전용사로 월 20만원 받는데 말이 되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 같은 영웅이 나와야 하는데…”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 대학로에서 진행된 ‘제25차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과 정치투쟁 선언 지지 범우파 국민 총궐기 태극기 집회’


▶박정희에 대한 그리움, 박근혜 탄핵에 대한 분노로=박정희 탄생 100주년 행사는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종로구 혜화역 근처에선 ‘제25차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과 정치투쟁 선언 지지 범우파 국민 총궐기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2000여 명의 박근혜 지지자들이 모여 ‘무죄 석방’을 외쳤다. 거리에선 새마을 운동 노래가 흘러나오고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부꼈다. 이곳에는 생계를 포기하고 지난해 11월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태극기 집회에 참여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태극기를 든다는 것은 ‘자랑’이었다. 강원도 평창군에서 이곳을 찾은 윤기학(56) 씨는 “농사일을 그만두고 법치주의를 바로잡기 위해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님이 죄가 없는데 불법으로 탄핵된 것을 어떻게 두고 볼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짜 대통령 문재인이 내려올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국 전사들’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설치된 간이휴게소에는 집회 참여자들이 모여 커피를 마시며 추위를 녹였다. 유해빈(50ㆍ여) 씨는 “박정희 시대에 살아보진 못했지만 부모님들에게 얘기를 많이 들어 알고 있다. 이렇게 살게 해준 각하께 감사하다”며 “이곳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구국전사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앞둔 지난 13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서 동상 기증식을 개최하기도 했다. 기념재단은 시민단체 ‘이승만ㆍ트루먼ㆍ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에게 동상을 기증받아 기념관 정면에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서울시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돼 주목된다. 일각에선 시유지에 설치되는 조형물은 기획단계에서부터 심의를 신청해야 한다는 조례에 따라 사실상 박정희 동상 설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정희 기념 장식물


▶ 노병은 죽지 않았다’…자기확인 욕망의 발현=전문가들은 제례의 의미로 기일에 추도식이 진행되는 경우는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처럼 ‘탄생일’을 기념하는 행사를 거행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경찰관계자는 “현충원에서 이뤄지는 종교나 제례 의식, 혹은 체육 문화 행사는 집회 신고에서 제외”라며 “이번 현충원 행사 역시 경찰이 아닌 현충원 측과 상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왜 ‘박정희의 60년대’에 사로잡혀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들의 개인사의 신화가 1960년대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채진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이들의 행위를 “‘노병은 죽지 않았다’는 자기 확인의 욕망을 위해 역사가 과거로 가기를 희구하는 모습”으로 바라봤다. 박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세종대왕 장기집권과 비교한 박근령 씨의 이날 발언은 “왕조 국가와 공화국을 구별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일부 기성세대들은 미래 세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듯 하다. 특히 정치권이 이들을 이용하면서 에너지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정치는 믿음보다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리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고 조언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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