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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AS]‘걸을 수 없냐’던 면접관에게…“이젠 인생을 바꾼 웨이트!”
엔터테인먼트|2018-03-14 17:01
[헤럴드경제 TAPAS=윤현종 기자] “스물 세살 때 사고를 당해서 척수 손상 장애가 왔어요. 일을 하려고 자바 자격증을 땄죠. (많이 안 움직여도 되는) 웹마스터 일을 하려고요. 필기 시험은 붙었는데 면접서 자꾸 떨어지는 거예요. 면접관이 당황 하시더라고요. ‘혹시 걸을 수 없냐’고…한 세 번인가 계속 떨어지니까 이게 내 길이 아닌가보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 못한 면접관 때문에 울었던 청년은 지난 9일, 가장 높은 곳에 올라 ‘평등의 불’을 붙였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 중인 휠체어컬링 팀 서순석(47) 스킵이다.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서순석 스킵.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Agitos=나는 움직인다

‘나는 움직인다’는 뜻의 라틴어. 패럴림픽 엠블럼 아지토스(Agitos)는 서 스킵이 걸어온 길이나 마찬가지다. 머무르지 않았다.

“2009년에 우울증이 와서 한 6개월 고생하고 있었어요. 근데 친구가 불러내더라고요. 밖에서 바람이나 쐬자고…휠체어 컬링 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죠.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이걸 하면 마음의 변화도 생기겠다’ 생각해서 시작했습니다”

우울증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컬링을 시작하며 그의 꿈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처음에 컬링을 하면서 꾼 꿈이 올림픽 출전해보자 였어요. 뜻하지 않게 진짜 올림픽을 나가게 됐죠” 

평창 패럴림픽 핀란드와의 경기 중 작전 논의를 하고 있는 서순석 스킵(오른쪽)과 차재관 선수(왼쪽) [사진=연합뉴스]


#“뜻하지 않게”속에 담긴 의미

서 스킵은 기자와 만나 가볍게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올림픽(패럴림픽) 출전까지, 그는 끊임없이 움직였다. 경쟁도 뚫어야 했다.

우선 필기시험을 봐야 한다. 경기 룰 숙지 여부를 평가하는 건 기본. 시트(얼음판)와 하우스(얼음판에 그려진 원) 내 스톤 위치에 따른 작전수행도 점수로 매긴다.

필기를 통과하면 실기다. 돌을 일정한 위치에 두는 샷 테스트 등을 거친다. 필기ㆍ실기를 모두 붙고나면 대표 선발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서 열린 지난 금성침대배 대회에 등록한 휠체어컬링선수는 약 200명이었다. 현재 패럴림픽 대표팀은 5명. 거칠게 잡아도 40대 1 경쟁을 거친 셈이다.

평창 패럴림픽 독일과의 경기에서 샷을 하고 있는 서순석 스킵 [사진=연합뉴스]


#“간절함에 찾는, 영미 대신 ‘웨이트’!”

훈련하며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였는지 물었다. “여름이죠”라고 서 스킵은 말한다.

“하계훈련 하면서. 그땐 체력을 많이 길러야 하거든요. 겨울 시즌 들어가면 체력 기를 시간이 없으니까. (여름에) 땀도 많이 흘리고 근육량도 늘리고, 힘드니까 트레이너 님한테 살짝 짜증도 내고(웃음)”

고된 만큼 매 경기 매 샷에 담긴 간절함은 더했다. 스위핑 없이 투구(샷 놓기) 하나로 승부를 가르는 순간이 많기에.

“올림픽 팀이 ‘영미!’를 찾았다면 저는 ‘웨이트(weight)’를 찾아요. 그냥 그 간절함 때문에…더 세게 던지고 싶은, 혹시나 하는 간절함을 웨이트!! 로 하소연 하는거죠”

‘간절함’을 말하는 서 스킵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렇게 외치면) 팀원들도 사기가 오른다고 하더라고요”

평창 패럴림픽 핀란드 전 승리 후 세리머니 하고 있는 휠체어컬링팀 서순석(오른쪽)ㆍ방민자(중앙)ㆍ차재관 선수 [사진=연합뉴스]


#“그냥 우리 마당으로 만들고 싶어요”

서 스킵에게 이번 올림픽은 두 번째다. 러시아 소치 때 성적은 좋지 않았다.
“다른거 없어요. 다른거 없고…올림픽 가려고 준비한 기간. 저도 4년 넘게 준비했고…그 기간동안 피땀흘려 훈련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소치 때 경험은 두번 다시 하고싶지 않다. 이걸 또다시 나눠주기 싫다고 동료분께 말하죠. ‘해온 만큼만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서 스킵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갔다.

그는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우리나라에선 올림픽 할 기회가, 제 생애 두번 다신 안 올것 같아요. 그냥 우리 마당으로 만들고 싶어요. 안방에서 놀고 싶고, 외국 팀한테 ‘난 이런 집에 살아…부럽지?’라고 말하고 싶어요”

14일 현재 휠체어컬링팀은 예선 전적 6승 1패다. 메달권을 바라보는 4강이 눈앞이다.

“컬링이 제 2의 인생”이라고 말한 서 스킵. 그의 진짜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대표팀 컨디션을 해치지 않기 위해 서순석 스킵과의 인터뷰는 패럴림픽 개막 2주 전인 2월 23일. 경기도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훈련원서 진행했습니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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