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지속가능한’ 식품수출의 과제
기사입력 2018-03-26 11:17 작게 크게

최근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가성비’이다.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로, 가격에 비해 제품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가늠하는 용어다. 가격이나 성능을 한 가지 측면뿐만 아니라 양쪽 모두 고려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을 잘 보여준다. 가성비에 이어 ‘가심비’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행태를 가리킨다. 올해 소비트렌드는 ‘가성비’와 ‘가심비’가 좌우할 것이라는 학자들의 분석도 있다. 가격, 성능을 넘어 소비자의 마음까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6~9일 일본에서 열린 ‘2018 동경식품박람회(Foodex Japan)’에 다녀왔다. 아시아 최대의 식품박람회답게 김치, 인삼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식품 외에 일본의 최신 시장트렌드인 기능성, 간편성에 부응한 다양한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박람회장 외에도 일본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대형마트, 편의점 등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일본 식료품의 체감물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부 채소나 우유 등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 식품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즉 ‘가격경쟁력’을 근거로 일본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셈이다. 가격을 넘어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일본 수출, 나아가 미국이나 중국, 동남아 등 여타 해외시장 수출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림축산식품 수출액은 68억 달러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만의’ 대표상품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남긴다. 우리 전통식품인 김치도 최근에는 일본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제품이 늘고 있다.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점차 어려워진다. 개방화 시대에는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할 수가 없다. 가격경쟁력은 값싼 원료와 노동력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출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에 수출하는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전략, 새로운 가치가 필요하다. 이제 국내뿐만 해외 소비자들의 ‘가성비’, ‘가심비’ 기준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가격은 물론이고 식품의 성능,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까지 이끌어내야 한국 농식품이 해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 농식품산업은 매우 빠르게 성장해왔으나, 세계 식품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 농식품의 품질경쟁력, 기술경쟁력 등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식품 수출은 상품이 아니라 식문화를 수출하는 일이다. 한 나라의 음식에는 고유한 문화·역사·사회적 가치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국 가요, 드라마 등 한류 열풍이 한국 식품 수출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처럼 한국의 문화, 교육, 체험 등과 연계하여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야 농식품 수출을 늘릴 수 있다.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동경식품박람회에서도 나타났듯이 식품업계의 트렌드는 기능성, 간편성이다.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이나 냉동식품처럼 간편성을 갖춘 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는 동시에 이들 제품의 맛과 영양, 품질 등 기능성이 강조된다.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를 얼마나,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향후 우리 농식품 수출산업의 생존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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