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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노무현의 운명, MB의 시간
뉴스종합|2018-03-26 11:19

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박연차게이트로 대검 중앙수사부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는 대국민 사과를 한 노무현은 서울 서초동 대검에 나와 ‘왜 면목이 없다고 했느냐’는 기자들 물음에 “면목 없는 일이죠”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의 비극적 운명은 따지고 보면 오랜 후원자였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의 인연이 화근이 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러했듯이 노무현에게도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물질적 도움을 줬던 후원자들이 있었다. 한 집안 사람 같았던 박연차 회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이 그들이다. 그러나 당선 이후로는 이권 특혜 논란과 얽힐 것을 우려해 극히 조심했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부르짖어 온 노무현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자신도 모르는 새 부인 권양숙이 박 회장으로부터 ‘빚 갚을 돈’ 100만 달러를 받는 등 이런 저런 명목으로 가족들이 모두 600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게 된 데 따른 수치심을 견디기 어려워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양친을 모두 흉탄에 잃은 뒤 최태민-순실 부녀의 정신적ㆍ 물질적 보살핌을 받았지만 결국 그 인연이 악연이 돼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쓰고 나락으로 추락했다.

노무현 박근혜가 오랜 후원자들과의 인연이 화근이 돼 비극적 운명을 맞았다면 지난 23일 새벽 구속된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불행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나온 범죄 혐의를 보면 한 마디로 큰 꿈을 이루기 위해 차명인생·가짜인생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권가도에 자리잡은 장애물을 뛰어넘기 위해서라면 차명, 비자금, 횡령, 뇌물수수, 정치공작 등 음험ㆍ음습한 방식을 마다하지 않았다. 다스 미국 소송비용 삼성 전가 등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대통령직을 활용했다. 인사나 공천, 공사 수주 등을 둘러싼 돈 거래는 파렴치범들의 수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검찰 말 대로 2007년 대선 당시 이런 사실이 드러났으면 당선무효가 되고도 남는다. 이 모든 일이 책사 또는 참모의 모사가 아니라 본인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무겁다.

MB는 35세에 현대건설의 사장이 되면서 샐러리맨 신화를 썼다. 그러나 그의 도덕성은 여전히 개발시대에 갇혀 있는 듯하다. ‘어떻게 사느냐’ 보다 ‘무엇이 되느냐’가 중요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공개된 자필 입장문에서도 그런 생각이 감지된다. “그 시대에는 다들 그리 살아오지 않았느냐”고 항변하는 듯 하다.

사업가 출신 정치인의 사적 욕망이 저지른 탈선에 국민의 눈빛은 냉담하다. 구치소로 가는 길에 지지 시민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와 권좌를 함께 누린 정치인들만 그를 배웅했다. 노무현 사후 전국을 뒤덮은 추모열기, 박근혜를 감싸는 태극기 물결과 대조된다. 두 사람의 비극에는 강한 동정론이 일었지만 MB의 구속에는 이 마저도 없다.

MB의 자서전 제목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그가 자필 입장문에서 밝힌 대로 자신의 참모습을 되찾기 위한 옥중 참회록을 쓰면서 잘못 쓴 시간의 기록을 바로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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