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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결정장애 현상과 우려되는 복지부동
뉴스종합|2018-05-31 11:44

문재인 정부들어 정부조직을 개편하면서 ‘직속’이나 ‘특별’자가 붙는 정부 위원회를 최소화한 것은 잘한 일로 판단된다. 그런데 다른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민간이 끼는 위원회를 만들어 그곳에 뭘 자꾸 물어보고 심지어 결정까지 맡긴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한 신중함이지만 역으로는 책임회피다. 일종의 ‘퉁치기’인 셈이다.

민간이 중심이 된 위원회가 정한 것이라는 명분도 세우고, 행여 나중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다. 골치 아프거나 민감한 현안일때는 더욱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찬반 의결권을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맡기기로 했었다. 수백조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국내 25대 그룹에 대해 평균 6%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현대차가 개편안을 철회하면서 궁지에 몰린 쪽이 오히려 상대방(국민연금)을 구해준 꼴이 됐다. 현대차가 국민연금의 찬성 지분을 확보하더라도 주총 통과가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있었겠지만 아쉬울 따름이다. “더 이상의 개편안이 나오기는 힘들다”며 찬성표를 던진 민간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행보와는 확연히 대비된다. 전날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현대차와는 사안이 다른 것으로 보여진다.

비단 경제분야 뿐만이 아니다. 변호사, 교수, 시민단체 활동가 등으로 구성돼 검찰 의뢰를 받아 심의하는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1월 출범해 활동중이고, 교육부는 대학 신입생 선발방식 등 대입 개선안을 국가교육회의에 맡겨버렸다.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개편특별위원회를 꾸리고, 대입특위는 국민의 의견수렴을 주관할 공론화위원회까지 구성했다.

이같은 현상은 어느정도 예견됐다. 작년 10월 신고리 원전 5ㆍ6호기의 공사 재개 여부를 묻는 공론화 과정에서다. 공론화 시민대표단이 구성돼 3개월여를 활동했고, ‘숙의민주주의’라는 색다른 방식이 선보였다. 당시 청와대는 공론화 방식 적용을 사회적 갈등 현안에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실제 그렇게 되는 모양새다. ‘의미있는 실험’ 정도가 아닌 상시 체제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낙마때도 그랬다. 반대 여론이 들끓었지만 결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을 받아서야 정리했다. 여론을 믿지 못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 해결에 시간과 비용이 들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수 있다.

이같은 현상에는 공직자들의 정책과 결정에 ‘책임 시효’가 없어진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늘 수립한 정책과 결정이 다음에 어떻게 뒤집혀 책임져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 정부들어 이미 몇번의 ‘고해성사’가 이뤄졌다.

그래서 엎드린다. 본인을 스스로 탁상행정이나 복지부동이라 비판하는 공직자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곤란하다. 모르는 상태에서 현장을 피하고 만남이 규제된다면 그것이 바로 탁상행정이자, 그 결과물이 복지부동으로 나타나게된다. 공직사회에 과도한 불안감이 조성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kimh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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