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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칼럼-김다은 소설가·추계예술대 교수]고독하게 사색할 권리
뉴스종합|2018-06-05 11:27

올해 초에 SBS 스페셜 다큐멘터리 ‘고독 연습’이 방영됐다. 참가자 4인이 1.7평 ‘고독의 방’에 스스로를 가둔 채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프로젝트였다. 그들은 그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처럼, 지나치게 바쁜 삶 속에서 고독한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이가 많다. 하지만 어떻게 사색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필자가 이에 대한 해답으로 학생들에게 권하는 책이 신영복의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이 책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억울하게 무기징역을 받은 신영복 교수가 수감생활 20년 동안 가족들에게 보낸 옥중서신들을 묶은 서간집이다.

사유의 첫 번째 조건은 ‘고독의 방’이어야 한다. 물론 강압에 의해 감옥에 가거나 프로젝트처럼 일회적으로 격리됨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킬 줄 알아야 한다. 휴대폰을 보거나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은 혼자가 아니다. 고독의 방은 혼자 걸어 들어가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세계여야 한다.

둘째, 고독의 방은 빈둥거리는 곳이 아니다. 신영복 교수처럼 사유의 날을 갈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방안 가득히 반짝이는 이 칼끝 같은 ‘빙광’(빙광)이 신비스럽다. 나는 이 하얀 성에가, 실은 내 입김 속으로 수분이 결빙한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내뿜는 입김 이외에는 얼어붙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천공의 성좌 같은 벽 위의 빙광은 현재 내게 주어진 가장 큰 ‘세계’이다……그 번뜩이는 빛 속에서 냉철한 예지의 날을 세우고 싶다.”

셋째, 고독의 방에서는 자신의 주관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인간을 “기성의 형태” 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타인의 눈에 객관적으로 좋아 보이는 것에 자신을 내놓는다. 좋아하는 것보다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한다. 하지만 고독의 방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해준다. 신영복 씨의 표현으로는 “개인적인 달성보다 주관적인 지향”을 파악하게 해준다.

넷째, 고독의 방에서 정서를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 신영복 교수의 서간이 시대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의미를 주는 것은 그가 감옥 속에서도 끊임없이 바깥 세계와 연결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는 긴 세월 격리된 상태에서도 자신이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존재임을 잊지 않았고, 이로써 “시간의 경과를 통해 고독한 풍화”를 당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는 부모님과 형제와 수없이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인간관계의 정체를 가져오지 않도록 노력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본 적도 없는 형수나 계수와도 철학적인 편지를 주고 받는다.

마지막으로, 고독의 방에서 사색하는 내용도 냉철하게 들여다 보아야 한다. 생활과 동떨어진 그리고 지속적이지 않은 생각은 사변에 그칠 뿐이다. 어떤 일과 상황에 그 사색이 들어맞지 않는다면 공허한 생각으로 남는다. 신영복 씨의 표현을 빌리면, “속빈 생각의 껍질을 흡사 무엇인 양 챙겨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을 18번째 다시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것은, 좋은 책은 매일의 일거리에 가두어버리는 생각들을 부단히 움직이는 사색으로 바꾸어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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