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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동성애자는 아니죠?”를 꼭 물어봤어야 했을까
뉴미디어| 2018-09-14 15:32
지난 10일 국회에선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자리가 있었다. 청문회 질의 중 ‘동성애’에 관한 내용은 가히 뜨거웠다.

이석태 후보자는 “동성애 합법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는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동성애라는 건 찬성, 반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자인 이성애와 다른 ‘성적 지향’을 전 가르킨다고 봅니다”라도 답했다.
또 “동성애를 찬성하는 지, 반대하는 지 이것만 말씀해주십시오”라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의 질문에 “저는 앞으로 받아들여야 될 문제라고 봅니다”라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 10일 국회 청문회 자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해당 설전은 이 후보자가 최근 5년간 선고된 헌법재판소(헌재) 결정 중 가장 아쉬웠던 판결을, 군대 내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에 대한 합헌 결정으로 꼽으면서 시작됐다. 앞서 헌재는 2016년 7월28일 옛 군형법 제92조의5(현 제92조의6)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돼 있는데, 이에 헌재가 동성 간 단체 군 생활을 해치는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이 과하지 않다며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당시 합헌 의견을 낸 이정미 재판관을 포함한 5명은 “이 조항이 가리키는 ‘그 밖의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는 성적 행위로 볼 수 있다”라며 “우리나라 징병제도 아래에서 동성 군인끼리 추행 행위를 효과적으로 규제하려고 만든 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이수 재판관 등 4명은 “형법상 성폭력처벌법이 개인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성추행과 강제성이 없는 성적 행위를 엄격히 구분한다”라며 “형법과 달리 군형법이 자발적인 성적 행위까지도 성폭력과 동일하게 처벌하므로 모순된다”라는 반대 의견을 냈다.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8일 오전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성 소수자 단체 회원과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시민이 플래카드를 들고 맞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특수한 과정에서 나온 국회의원들의 질문은 다소 ‘일반적인 혐오’에 그쳤다. 동성결혼 합법화가 아닌 ‘동성애 합법화’를 묻고, 동성혼에 대한 찬성 반대만 얘기하라 다그쳤다. 검증의 자리는 추궁의 자리로 바꼈고 급기야 후보자 본인이 “동성애자인 것은 아닌지”를 물었다.

한편 가장 논란이 됐던 의원 중 한명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표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본인이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죠?”, “주변에 그런 분이 계신 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일부 기사에선 해당 발언만 발췌돼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원본 영상기록물을 보면 표 의원은 본격적으로 군형법 내 동성애 성행위 처벌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에 앞서 ‘판사가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확인하는 것처럼’ 의례적으로 던진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직접 상관이 없는 거죠?”를 확인한 것이다. 아무리 국회청문회에 나온 공직후보자라도 동성애자 당사자라면 단순 질의의 차원을 넘어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표 의원실은 “의원님이 입장성명 여부에 관해서 생각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맥락에서였던 문제가 아닐 순 없다. 상대방의 성적 지향을 노골적으로 확인하듯 묻는 것 자체가 혐오의 표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청문회 자리는 그야말로 국회의원들의 ‘동성애 혐오 표현’ 대잔치였다. 특정 사회적 집단에 대한 혐오의 표출은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도 “충분히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의원들에 상대로 진정을 접수하는 데 있어선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다. 진정위원회에 피해 사례가 접수 되면 사건으로서 성립이 가능한 지를 판단한 뒤, 진정 여부를 따진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문제는 인권위법에서 규정하는 조사대상이 되는지다. 진정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서 들어온 뒤 검토해봐야겠지만, 사건 후 피해자가 있어야, 또 피해사실이 구체적으로 발생해야 진정 접수가 가능한데 해당 국회의원들이 동성애자 중 특정인을 지칭해서 혐오적 발언을 한 게 아니라서 구체적인 사건성이 성립할 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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