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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붙임머리는 어디産일까?
뉴미디어| 2018-10-11 14:49
단발머리 연예인이 채 몇 개월이 안 돼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로 컴백했다. 머리카락이 어떻게 이리도 빨리 자랄 수 있나? 야한 생각을 아무리 많이 한대도 불가능해 보인다. 답은 붙임머리다. 본인 머리카락 귀밑 지점 부근에다가 구매한 머리칼을 이어 붙이면 단 2~3시간 만에 치렁치렁한 긴 머리로 변신할 수 있다.

미용실 중 ‘붙임머리 전문’ 샵들이 있다. 이곳 샵들은 보통 미용실과 달리 벽면에 40~50cm의 머리카락들이 진열돼 있다. 이 머리카락들은 합성 가모가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머리에서 싹뚝 자른 ‘인모’다. 합성 가모를 붙이면 그 무게가 엄청난 탓에 가벼운 진짜 사람 머리카락을 사용한다고 한다. 과연 이 머리카락의 정체는 무엇일까? 누구의, 어느나라 사람의 머리카락일까? 

붙임머리 전문 샵들에 진열된 머리카락들


   미용실을 가봤다

기자가 서울 마포구 홍대ㆍ합정에 위치한 붙임머리 전문샵 네 곳을 가봤다. 붙임머리의 원산지를 알고 싶어서다. 하지만, 네 곳 모두 진열해놓은 머리카락의 원산지가 표시돼 있지 않았다. 홍대 A붙임머리샵 사장은 머리카락 원산지를 묻자 “나도 모른다. 그걸 어떻게 알아, 저기 뭐냐 인도 같은 나라에서 왔겠지”라고 답했다. 도매점 정보도 없고 원산지, 필증도 하나 없는 비닐 포장에만 쌓여 있었다. 잠잘 때나 밥 먹을 때나 붙이고 있어야 할 머리카락인데, 정작 정보 하나 없는 셈이다.

붙임머리도 엄연히 원산지표시대상 품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붙임머리의 공식 수입 명칭은 ‘인모 부분가발’(품목코드 6704.20-2000)이다. ‘20’이 ‘사람의 머리카락’을 뜻하는 코드번호다. 적정표시방법으로 ‘해당 물건에 원산지 표시’하거나, ‘소매용 최소포장에 원산지표시를 허용’한다고 관세청은 규정해 놓았다. 오늘 방문한 샵 모두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최상급은 중국ㆍ몽골산

국내 소매점으로 납품하는 도매점에선 원산지를 찾을 수 있었다. 종로 K가발은 전국 미용실로 붙임머리를 납품하는 대형 도매점이다. 이곳에서 나가는 물품들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또렷이 적혀 있었다. 도매점 관계자는 “소매점에서 포장 속지를 벗겨 내고 파는 모양이다. 저희가 내보내는 물품에는 모두 원산지 표시가 돼 있고 99% 중국 공장에서 수입한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도매점에서 나가는 붙임머리. 모두 ’Made in China‘로 중국에서 수입됐다.


또 그는 “국내 수입되는 붙임머리의 99%가 중국에서 가공된 것”이라며 “머리카락 주인들도 중국과 몽골 여자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머리카락을 많이 수출하지만, 모질이 얇고 구불거리는 등 너무 약해 비슷한 모발 형질을 지닌 유럽 쪽으로만 수출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몽골 여자들의 머리칼은 직모에 굵은 모발이라 최상급으로 친다. 



   붙임머리 시장 매년 상승세

도매점에선 입구에서부터 창고 안까지 검정ㆍ갈색 말총머리가 든 박스가 수백 개 쌓여 있었다. 그만큼 국내 수요가 많다는 뜻이겠다. 관세청의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2013년부터 2018년 현재까지 붙임머리 무역규모는 매년 상승하고 있다. 12.5톤(2013년)에서부터 22톤(2017년)까지 5년 연속 수입 물량이 증가했고, 2018년은 아직 한 해가 다 지나지 않았는데도 15톤 중량이 수입됐다. 수입 금액 규모도 2013년 25억원에서 2017년 48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7년 수입물량 22톤 중 19톤이 중국산이다. 



   한국산 머리카락은?

한국인 머리카락으로 만든 붙임머리는 없을까? 다수의 붙임머리 공장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다고 하면 사기”라고 단언했다. 또 “어느 한국인이 염색ㆍ파마ㆍ클리닉 한번 안 하고 머리를 40~50cm씩 기르겠냐”고 되물었다. 손상된 머리카락은 상품성이 없다. 중국 소수민족과 몽골 여인들은 이런 미용 시술을 받지 않고 샴푸도 거의 하지 않아 머리카락이 손상되지 않는다. 

가발공장 브로커들은 베트남 여성의 긴 천연모를 노린다

인도 여성이 사원에서 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


유튜브에서 ‘hair extension’(붙임머리)을 찾아보면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붙임머리로 파는 과정이 나타나 있다. 가발공장 브로커가 베트남 여인에게 40cm를 훌쩍 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단돈 3달러에 팔라고 했다는 사연부터 인도 여성이 사원에서 신에게 바치는 줄 알고 머리를 자르는데, 사원이 이를 수익사업으로 가발 업체에 돈 받고 파는 실태까지 다양하다. 그렇게 모인 머리카락은중국 가공 공장으로 운송돼 세척, 탈색, 염색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에 수입된 말총머리는 일선 미용실에서 하나당 20만~40만원 선에서 팔리고 있다.

이민경 기자/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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