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분유, 예비엄마들 가슴에 ‘신뢰’ 새기다
뉴스종합| 2018-12-11 11:40
임산부들, 매일유업 공장 견학
소량생산·수작업 거치는 특수분유
대사이상 환아 위한 ‘사회공헌활동’
이물질 혼입 방지위해 캔 직접 제조
3단계클리닝…분유·질소 충전 ‘신선


지난 1996년부터 분유 브랜드 ‘앱솔루트’ 공장 견학을 시작한 매일유업은 예비엄마 대상의 견학도 정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사진은 매일유업 평택 공장에서 분유 생산 공정을 참관 중인 임산부 참가자들 모습. [제공=매일유업]

첫 한파주의보가 내린 최근, 서울시내 한 백화점 야외 주차장. 두툼한 패딩점퍼 차림 여성들이 하나둘 파란색 버스에 올랐다. 매일유업에서 진행하는 예비엄마 대상 ‘앱솔루트 공장 견학’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영하권으로 뚝 떨어진 날씨 탓에 평소보다는 적은 8명의 임산부가 참여했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평택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매일유업은 지난 1996년부터 앱솔루트 공장 견학을 운영해오고 있다. 이날 목적지인 평택 공장을 포함해 광주, 경산, 영동, 상하공장 등에서도 견학이 진행된다. 예비엄마 대상 견학은 생산 공정 참관 뿐 아니라 임신기 영양 섭취 강의, 분유 타기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추가로 마련된다.

평택 공장에 도착한 임산부들은 옷깃을 여민 채 강당으로 향했다. 이곳에선 분유 등 매일유업 제품 소개와 함께 선천성 대사이상 아동 관련 영상이 상영됐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생산되지 않아 일반 음식을 먹지 못한다. 분유도 특수분유만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장 장애와 뇌세포 손상,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영상 속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참석자 너나할 것 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

매일유업은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해 1999년부터 특수분유를 제조하고 있다. 총 8종 12개 제품마다 제한해야 하는 아미노산이 달라 생산 전후 매번 설비를 세척해야 한다. 이 과정에만 수십시간이 소요된다. 다른 조제분유 약 4만캔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이다.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라벨작업 등도 일일이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이처럼 높은 기회비용에도 유업체만이 할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이라는 점에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이날 견학의 하이라이트는 분유 제조 공정을 직접 보는 시간이었다. 설비가 있는 공간에 들어가지 않고 복도에서 유리창을 통해 보는 데도 복장을 꼼꼼하게 갖췄다. 모든 인원이 위생모ㆍ실내화를 착용한 뒤 손을 세척하고 에어워셔로 먼지 제거까지 끝내고 나서야 공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제품 제조에 앞서 30여가지 성분을 혼합해 모유와 가장 가깝게 제품을 설계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분유 공캔을 만드는 작업도 우선 이뤄지는 부분이다. 혹시 모를 이물질 혼입을 막기 위해 캔도 직접 제작한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캔 제조 설비까지 갖춘 분유 공장은 매일유업이 유일하다.

캔을 만들었다고 곧장 내용물을 채워넣는 건 아니다. 분유 분말을 충전하기 전까지 3단계 클리닝 과정을 거친다. 우선 금속 등의 혼입 유무를 1차로 점검한 뒤, 자외선(UV) 살균기를 통해 캔 내부를 살균하고 분유 충전 직전 한 차례 더 UV 소독을 진행한다. 분유를 충전한 뒤엔 캔 내부의 산소를 제거하고 질소를 충전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제품을 신선하게 보존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분유 생산 라인을 둘러본 뒤엔 이곳 공장에서 제조된 우유를 시음해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오리지널’ 제품과 ‘무지방’,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 3종을 맛볼 수 있었다. 유당불내증(유제품 내 유당의 분해ㆍ흡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증상)이 있는 참가자는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선택해 시음할 수 있어 만족도가 컸다. 이 제품은 체질에 따라 복통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당 성분을 분리ㆍ제거한 제품이다.

다시 강당으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임신수유부를 위한 생활수칙 등의 강연을 청취했다. 참가자들은 ‘임산부가 챙겨먹어야 하는 철분제는 변비 증상을 불러올 수 있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등 조언을 경청했다.

임신 6개월차 이하나(33ㆍ서울 자곡동) 씨는 “분유 제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돼 있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생적으로 느껴졌다”며 “같이 투어한 임산부들과 정보도 교류할 수 있어 유익했다”고 했다.

매일유업은 자사 제품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충성고객, 더 나아가 평생고객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소비자 체험 프로그램의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공장 견학 담당자인 김나래(매일유업 지원팀) 씨는 “임신 기간은 열달, 아이 분유 먹이는 기간은 1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분유 외에도 많은 제품을 알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비엄마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며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낼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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