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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현빈 살아 있었지만…끝끝내 ‘사이다’는 없었다 (종영)
뉴스| 2019-01-20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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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이소희 기자]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답답한 전개와 허무한 결말로 막을 내렸다. 독특한 소재와 물리적인 기술, 전하려는 메시지는 좋았지만 극의 전개는 점점 흐트러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20일 오후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 연출 안길호) 마지막회에서는 유진우(현빈)가 버그를 해결하고 게임이 정상 출시되는 모습이 그려졌다. 죽은 줄 알았던 유진우는 여전히 게임 속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날 유진우는 황금열쇠에서 꺼낸 단도로 눈앞에 나타난 차형석(박훈)과 차병준(김의성), 그리고 자신의 비서였던 서정훈(민진웅)마저 찔렀다. 그러자 버그는 삭제됐고 그 자리에는 하얀 잔해들만이 남았다. 이후 유진우는 엠마에게 천국의 열쇠를 쥐어준 뒤 자취를 감췄다.

그렇게 게임은 리셋됐고 그로부터 1년 후, 고유라(한보름)는 60대 초반 재미교포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다. 이수진(이시원)은 차병준 장학재단의 이사로서 그의 재산을 기부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제이원은 ‘넥스트’라는 이름으로 증강현실 게임을 출시하며 폭발적인 성과를 거뒀다. 정세주는 직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제이원에 입사했다.

그러면서 정세주는 본인이 몸을 숨기고 있던 ‘인던’을 언급했다. 마스터가 위기 상황에서 형성할 수 있는 독립된 공간인데, 여기에 유진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 시각 정희주는 ‘총을 든 유저’를 봤다는 목격자의 말을 듣고 유진우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실제로 유진우는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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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제공)



■ 역대급 소재·CG, 하지만 힘빠진 스토리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게임’이라는 전문적인 소재로 진입장벽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송재정 작가는 증강현실(AR)을 토대로 한 작품 속 게임을 현실과 가상이 분간되지 않는 ‘제3의 세계’로 확대하며 강점을 발휘했다. 아울러 증강현실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세련되게 풀이됐다. 이에 작품은 뻔한 드라마 소재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감탄을 자아내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이런 증강현실 게임의 신비로운 설정을 극대화한 건 CG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유진우를 비롯한 게임 유저들도 모르게 현실과 가상이 오버랩되는 장면으로 대부분 채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히 화려한 그림들만 남발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각각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찰나를 실감나게 그려야 했다. 예를 들어 그래픽처럼 보이는 무기를 손에 쥐어 실물의 무기가 되는 순간, NPC(Non-player Character, 유저에게 퀘스트나 아이템을 제공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사라지는 순간 등이다. 드라마는 이런 CG들을 전혀 어색함 없이, 오히려 그간 보기 힘들었던 고퀄리티로 그려내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드라마의 8할을 차지하는 게 위 두 요소였던 만큼 주어진 숙제를 잘 해결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성공은 가까이에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오로지 현빈만이 힘겹게 이끌어가는 지지부진한 전개가 특출한 장점들을 무력화시켰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대표로서 유진우의 당당한 모습과 달리 허름하고 지쳐 있는 모습의 유진우의 변화를 극 초반 보여줬다. 그로 인해 ‘왜 유진우가 이렇게 됐을까’라는 호기심은 극을 전개하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전체 줄거리의 결말이라고 생각했던 이 장면은 유진우가 게임에 갇혀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 ‘제1막’(극 중반부)의 끝이었다.

드라마가 힘을 급격하게 잃기 시작한 것은 이 때부터다. 초반 빠른 전개와 매회 놀라움을 주는 상상력은 사라졌다. 그 자리는 지지부진한 전개와 의미 없이 나오는 장면들이 채웠다. 심지어 후반부에는 유진우가 NPC를 죽이거나 회상신 등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될 장면들이 지나치게 반복되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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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제공)



■ 끝까지 허무함 남긴 최종회

이런 전개는 심지어 최종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돌아온 현실을 급하게 풀어내면서 지금까지의 회차들과 이질감을 줬다. 마치 마지막이 아닌 1회로 보이는 톤이었다. 여태까지 뿌려진 미스터리한 상황에 대한 ‘떡밥’은 회수되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건 유진우의 싸움과 정희주의 눈물, 박선호의 착잡한 마음뿐이었다. 물론 이는 ‘과학이 아니라 사람의 믿음이 세상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위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것들은 시청자들에 밀어붙이기만 했을 뿐 납득할 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게 호기심은 곧 답답함과 허무함이 됐다. 작품의 핵심 전개 중 하나였던 행방불명 상태의 세주(찬열)가 마침내 집에 돌아온 것도, 총을 쏘는 유진우의 모습으로 그의 생존을 알렸던 점이 개운치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분명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 심지어 1회 7.5%(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했던 작품은 계속 상승세를 보이며 10%대까지 도달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작품이 시청자들의 흥미로 추진력을 얻었나’ ‘화제성이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그나마 월등했던 요소들과 더불어 드라마를 소위 ‘머리채 잡고 끌고 간’ 현빈이 있었기에 이 정도까지 올 수 있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결국 좋은 재료를 잘 풀어내지 못 한 드라마의 불균형은 캐릭터들의 죽음만 남긴 채 점수를 깎았다.

한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후속으로 ‘로맨스는 별책부록’(극본 정현정, 연출 이정효)이 오는 26일 오후 9시 첫 방송한다. 배우 이종석, 이나영이 주연으로 나선다.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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