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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 화웨이에 등 돌렸다…퇴직자 억울 옥살이 공분
뉴스종합| 2019-12-03 12:56

화웨이 로고 [연합]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화웨이를 애국기업으로 맹신하며 지지하던 중국인들이 등을 돌렸다. 한 화웨이 퇴직자의 억울한 옥살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웨이를 향한 중국 대중의 시선이 급속도로 싸늘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화웨이 관련 뉴스마다 화웨이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댓글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등 화웨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 ‘희생양’으로 부각돼 중국에서 ‘애국 기업’으로 부상했던 통신장비 제조사 화웨이(華爲)가 돌연 ‘악덕 기업’으로 비난받는 위기에 몰린 형국이다.

그 이유의 중심에는 화웨이 퇴직자인 리훙위안(李洪元·42)이 서 있다.

리씨는 지난 2005년 화웨이에 입사해 연구개발 및 판매 등 분야에서 일하다가 2018년 퇴직했다.

그해 3월 그는 회사 담당자들과 협의를 거쳐 38만 위안(약 6400만원)의 퇴직보상금을 받았다.

그런데 9개월 후인 그해 12월 16일 새벽, 선전(심천)시 공안국 소속 공안들이 갑자기 집에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리씨가 퇴직금 협상 과정에서 회사 기밀을 유출하겠다는 등의 협박을 가했다면서 회사 관계자들이 그를 공안에 고소한 것이었다.

공안은 처음에는 기밀 침해 혐의로 조사를 했으나 혐의 입증이 여의치 않자 사기·공갈죄로 죄목을 바꿔 장기간 구속 수사를 이어갔다.

리씨의 억울함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겨우 풀렸다.

공갈과 협박이 이뤄졌다는 퇴직금 협상 현장에서 리씨가 녹음해 둔 음성 파일을 뒤늦게 찾은 것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녹음 파일에는 리씨와 인사 담당자들이 간혹 웃음이 오가는 등 원만한 분위기 속에서 협상이 진행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당초 공안은 리씨를 체포할 때 자택에서 이 음성 파일이 담긴 녹음기를 압수했지만 리씨에게 제공하지 않았다.

리씨 측은 천신만고 끝에 다른 컴퓨터에서 백업된 녹음파일을 찾아 검찰에 증거로 제출할 수 있었다.

선전시 검찰은 공안이 제기한 혐의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증거 역시 부족하다면서 지난 8월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이씨를 석방했다.

이어 검찰은 지난달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리씨에게 10만 위안(약 17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으로 인터넷에서 리씨를 향한 동정 여론이 폭발하면서 중국의 주류 미디어들도 앞다퉈 이 사건을 대서특필하자 화웨이를 비난이 쇄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민감한 시점에 민감한 기사가 나가는데도 중국 당국이 별다른 통제를 하는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중국 선전 당국이 화웨이에 부정적 뉴스를 통제하고 나선다면 오히려 미국의 의혹 제기가 사실임을 자인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열 공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누리꾼은 화웨이가 중국의 노동 관계법이 보장하는 퇴직금을 챙겨간 리씨를 '괘씸죄'로 괴롭히면서 다른 퇴직 직원들에게 본보기로 삼으려 하는 노무 전략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리훙위안의 사건을 계기로 청멍(曾夢)이라는 전 화웨이 직원 역시 퇴직보상금을 받는 과정에서 화웨이 측에 고소를 당해 90일간 옥살이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리씨는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게다가 화웨이는 런정페이(任正非)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캐나다에서 체포된 지 1년을 맞아 대대적으로 동정 여론 조성에 나섰지만 정작 중국 안에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런정페이의 CNN 인터뷰를 소개한 중국중앙(CC)TV 인터넷 기사에는 “나는 원래 화웨이 팬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화웨이를 이토록 혐오하고 있다”, “애국심에서 화웨이를 샀지만 오만한 화웨이는 앞으로 사지 않을 것”, “리훙위안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고난은 사람을 더욱 크게 만든다”는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pow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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