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
1m 간격 유지·마스크에 비닐장갑 무장…48.1cm 비례용지에 ‘허걱’
뉴스종합| 2020-04-10 11:32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마련된 남영동 사전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비닐장갑 끼고 하는 선거는 처음이네요.”

21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오전 7시. 서울역과 인천국제공항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는 이른 새벽부터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의 줄이 하나둘 늘어서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유권자들은 손소독과 발열체크를 마친 후 일회용 비닐장갑을 껴야 투표소에 입장 가능했다. 바닥에는 투표 대기를 위한 1m 간격이 표시돼있고 저마다 투표사무원의 안내에 따라 간격에 맞춰 차분하게 투표를 기다렸다.

출장지에서 올라오는 길에 서울역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직장인(26)은 “1m씩 떨어져서 줄 서주세요, 장갑끼세요 안내를 받으니 다시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고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부부가 함께 사전투표를 한 이 모씨(76·대전)도 “투표 당일에는 사람이 너무 몰리는 것이 걱정되고 무서워서 사전투표를 하러 왔다”며 “내부에 들어가니 관리가 철저히 되고 있어 만족스럽고 다들 고생이 많아보인다”고 말했다.

직장인이 대다수였던 서울역과 달리, 인천공항에서는 대부분 공항 직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과거 다수의 해외여행객들이 투표에 참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사전투표자 중 유일하게 캐리어를 가지고 있던 김 모씨(60·구로구)는 “출장을 가는데 투표를 하려고 30분 일찍 공항에 왔다”며 “코로나19로 걱정스럽지만, (투표) 안 해 놓고 잘하냐 못하냐 떠드는 것보다 투표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이 많아지자 “대기줄을 2m로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들은 대다수 비례투표 용지 길이에 곤혹스러워했다. 21대 총선에서는 35개 정당이 참여, 투표용지 길이가 역대 최장인 48.1cm에 이른다.

손 모씨(46·중구)는 “투표용지가 엄청나게 길 정도로 정당들이 많더라”며 “실질적인 공약도 안 내놓으면서 ‘나도 국회의원 해보자’ 심정인 사람들이 많아보여 화가 난다”고 말했다.

정윤희 기자·김빛나·박재석·박지영 수습기자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