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낙관속 이벤트에 치중했던 대북정책, 근본적 성찰 필요
뉴스종합| 2020-06-22 11:27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23일(현지시간) 공식 출간되는 가운데 일부가 사전 공개되면서 연일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북핵 이슈를 둘러싼 그동안의 막전막후가 공개되면서 우리가 몰랐던 남·북·미 관계의 민낯도 드러나고 있다.

회고록을 보면 근본적으로 북핵문제는 북미관계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의 설 자리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회고록에는 지난해 6월 30일 북미정상의 판문점 회동시 문재인 대통령은 동행을 원했지만 북미 모두 이를 원치 않았다고 공개했다. 1차 북미정상회담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한 것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고 주장했다. 볼턴이 북미정상회담을 ‘한국의 창조물’이라고 비판적으로 언급한 이유다. 2018년 3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 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에게 1년 안에 비핵화를 하도록 요청했고, 김정은이 동의했다”고 전했다고 볼턴은 밝혔다.

볼턴의 회고록에서 받게 되는 느낌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성급한 기대를 갖고 북핵이슈에 접근했던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아울러 겉으로 드러나는 성과에 급급해 외형에 치중하는 모습인 듯하다. 금방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질적인 진전은 사실상 없는 이유다. 특히 중요한 국면에서는 한국은 미국과 북한에 외면받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남북관계가 2년 전으로 회귀한 때에 회고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이 나왔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은 22일 1200만장의 전단을 인쇄하고 수백만장의 전단을 추가 인쇄해 한국에 살포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앞서 20일엔 문대통령 얼굴이 그려진 전단더미 위에 담배꽁초를 던져놓은 사진까지 공개하며 조롱했다.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사무소 폭파에 이어 ‘서울불바다’ 발언이 다시 나오는 등 북한은 한국에 대한 공세는 갈수록 강도를 높이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 지경까지 왔으면 이제는 북한 비핵화 전략 등 대북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새로운 전략을 짜야만 한다.

이벤트를 앞세울 일이 아니다. 지나친 낙관은 더더욱 금물이다. 냉엄한 국제관계 현실을 직시해야만 올바른 대북정책이 가능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핵 이슈에서 북한과 미국이 한국을 어떻게 보는지가 드러난 지금이야말로 정부는 냉정하게 대북정책을 성찰할 좋은 기회로 삼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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