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도넘은 추경 졸속심의, 견제없는 巨與 독주 걱정스럽다
뉴스종합| 2020-07-01 11:31

역대 최대인 35조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처리 과정에서의 부실과 졸속이 걱정스럽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0일 전체회의에 이어 1일 예산안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3차 추경안 세부심사를 시작했다. 앞서 29~30일에는 국회 상임위 차원의 예비심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이 등원을 거부한 가운데 3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더불어민주당이 일사천리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충격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경편성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또 그 돈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선 신속한 국회 통과와 집행이 절실하다.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급하다고 국회가 이를 적당히 심사하고 넘어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더욱이 이번 추경안은 그 규모가 워낙 크고 이 가운데 23조원은 적자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을 떠넘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푼이라도 엉뚱하게 쓰이지 않도록 더 꼼꼼하게 살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고 그 빚을 감당해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다.

한데 그 과정을 보면 어처구니없다 못해 황당하다. 16개 상임위별 심사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운영위원회는 단 47분 만에 심사를 끝냈다. 외교통일위는 63분, 국방위는 69분이 걸렸다고 한다. 2조3000억원을 증액한 산업자원위조차 1시간30분만에 마쳤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해 치운 것이다. 오죽하면 기획재정위 회의에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심의가 아닌 통과 목적의 회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는가.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하면 정부의 추경안은 허술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한국판 뉴딜사업,고용안정특별대책, 금융안정 후속조치의 세부사업 부실 등이 지적됐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군사작전 전개하듯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예결위 소위에서 최종 예산 규모를 조정한다지만 형식적인 통과 수순에 불과할 게 뻔하다.

민주당은 국회의 관행을 깨고 상임위원회를 모두 장악했다. 야당 없이도 국회 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추경 처리가 끝나면 제동 장치없는 여당의 폭주열차가 어디로 향할지 두렵다. 이제라도 여야가 국가적 위기 극복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추경이 급한 것은 사실이나 민주당은 통과시한에 연연하지 말고 차분하고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 통합당도 일단 원내에 들어와 심사에 참여하고 여당의 폭주를 최대한 저지해야 한다. 힘이 모자란다고 주어진 책무를 방기한다면 그나마 존재 이유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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