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시사]파산신청,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뉴스종합| 2020-08-12 11:10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경제적인 상황 등으로 부득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업을 정리하기로 한 후 그 처리방법은 다양하다. 종업원을 퇴사시키고 기업을 방치할 수도 있고 폐업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또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에 따른 파산절차를 신청할 수도 있다. 파산절차는 법원의 감독 아래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을 환가하여 배당한다는 점에서 채무자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공정한 절차로 채권자들에게도 유리한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회사를 정리하기 위해 파산절차를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법인파산을 신청할 때는 파산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예납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파산상태에 이른 회사의 경우 이러한 비용조차 납부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또한 파산절차가 시작되면 파산관재인이 선임돼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신청인은 파산절차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파산이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파산신청을 주저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파산절차를 이용하면 여러가지 이로운 점이 있다. 그중 한 가지가 파산절차를 이용함으로써 회사의 대표이사는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등 일체의 금품을 지급해야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근로기준법위반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파산절차를 잘 이용하면 이러한 형사처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김모 씨는 학교에 급식 식자재를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하다 최근 코로나19로 개학이 미뤄지면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2020년 6월 24일 종업원을 모두 퇴사시켰다.

하지만 일부 종업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지는 못했다. 이 경우 김씨는 파산신청을 하지 않고 회사를 방치하면 종업원들이 퇴직한 날로부터 14일이 지난 때 근로기준법위반죄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여 종업원들의 퇴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파산선고가 되면 임금 등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위반이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파산선고가 되면 사용자가 파산선고 당시에 가진 모든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고, 관리처분권은 파산관재인에게 속한다. 근로자의 임금·퇴직금은 그 발생시기를 묻지 않고 재단채권이 되는데, 재단채권은 대표이사가 아닌 파산관재인이 변제해야 한다. 신속한 파산신청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부정수표단속법위반으로 인한 형사처벌도 면할 수 있다. 파산신청에 따라 변제 등을 금지하는 보전처분이 된 후 수표가 부도 처리된 경우 대표자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발행된 수표가 제시기일에 지급이 거절되더라도 그 지급거절사유가 예금부족, 거래정지처분이나 수표계약해제 또는 해지로 인한 것이어야만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를 구성한다.

그러나 파산신청에 따른 보전처분이 있을 경우에는 그 지급을 위탁받은 은행은 예금이 있는지의 관계없이 보전처분을 이유로 당연히 지급거절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회사에 대한 보전처분 후에 지급제시가 되었다면 은행이 예금부족을 사유로 지급을 거절하더라도 그 거절이 채무자회생법을 따른 것인 이상, 수표 발행행위는 부정수표단속법위반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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