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itM][남산산책]주택공급, 시장과 어깨동무
뉴스종합| 2020-08-12 11:10

지지층인 30대의 ‘이생집망(이번 생에서 집 사기는 망했다)’아우성에 반응한 걸까? 한쪽 날개(투기수요 옥죄기)에 의존하던 문재인 정부의 주택 정책이 다른 쪽 날개(공급 확대)를 펴기 시작했다. 8·4대책은 ‘집값 불안은 불로소득을 노리는 투기꾼 탓’이라며 가수요(다주택자) 찍어 누리기 일변도의 정책을 펴왔던 정부가 공급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정부가 이제껏 집값 불안은 공급보다 투기가 문제라고 항변한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전국 주택 보급률(2018년)은 104.2%로 100%를 넘었고, 서울 주택 보급률도 95.9%에 이른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자기 집에 거주하는 자가점유율은 42.7%(2019년)에 불과하다. 부산(62.2%), 대구(59.8%), 인천(60.2%), 광주(63.1%), 대전(53.8%)에 비해 크게 낮다. 우리나라 전체 10가구 중 6가구가 자기 집에서 사는데 , 서울은 10가구 중 4가구만 자기 집에서 살고 6가구는 임대차로 산다고 보면 대략 맞다. 서울의 낮은 자가점유율은 무주택 가구가 집을 산다기보다 유주택가구가 집을 더 많이 사는 형태가 반복돼 나타난 결과다. 즉 투자 또는 투기수요가 더 높게 유지돼온 것이다.

하지만 집값을 잡으려면 이제 투기수요보다는 실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 주택 수요는 인구보다 가구 수가 결정하는 시대로 전환됐다. 2020년 현재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은 30%, 1인 가구와 2인 가구를 합치면 60%에 육박한다. 이 수치도 파리나 도쿄의 1인 가구 50%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5000만 인구가 모두 4인 가족으로 산다면 집은 1250만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같은 5000만 인구 중 1인 가구가 30%가 되면 1인 가구만을 위해 1500만채가 필요하다. 2인 가구까지 합치면 3000만 채다. 1~2인 가구를 위해 필요한 집만 1250만 채의 2.4배에 이른다. 중소형 집값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원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30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 비율은 18.7%이고, 20년 이상 된 아파트는 47.1%나 된다. 대치동 은마, 잠실 주공5단지, 여의도 시범단지 등 서울의 노른자위 아파트는 40년을 넘었다. 양질의 주택을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 꾸준히 공급하지 않으면 집은 많아도 살고 싶은 집은 부족하게 된다.

8·4대책은 택지 고갈이 심각한 수도권에서 ‘13만호+알파’를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태릉CC, 용산 캠프킴, 과천 정부청사 일대 등 서울 생활권 18곳에 3만30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신규택지를 확보해 것은 청년·신혼부부, 3040세대에게 ‘희망의 끈’이 될 것이다.

문제는 허수 논란을 빚고 있는 공공재건축 5만가구다. 용적률을 500%로 높여주고 층고를 50층까지 허용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개발이익 90% 환수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민간 고밀재건축을 허용하면 5년 내 10만가구를 추가로 공급 가능하다”는 서울시 방안을 수용하는 게 현실적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의 양과 질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데 공공 재건축으로는 한계가 있다. 공급을 정부가 모두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은 과욕이고 가능하지도 않다. 시장의 힘을 인정하고 어깨동무할때 공급의 힘은 배가될 것이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