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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시각] ‘벼락거지’와 ‘코린이’
뉴스종합| 2021-05-12 10:12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다. 지난해까진 ‘사는 곳이 매매냐, 전세냐’며 전국민이 부동산 이야기를 하더니, 어느덧 주식을 거쳐 가상자산까지 왔다. 사람들은 모이면 투자처와 투자 수익을 이야기한다. 가상자산으로 수십억, 수백억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투자 무용담까지 더해지면 ‘나는 뭐하고 있었나’는 자조로 마무리된다.

‘사촌이 땅을 사 배가 아프다’는 개념과는 다르다. 저금리에 월급 상승이 더디고, 청년 취업도 어려운 때에 투자는 생존과 같다. 부(富)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월급이 올라도 집값이 그보다 더 많이 오르면, 쓸 돈은 줄고 궁핍해진다.

‘벼락거지’는 여기에서 나왔다. 상대적 빈곤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속도다.

부동산 값이 급등하는 것을 본 이들이 주식 투자에 적극 뛰어들었고, 이젠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이 속도전에서 패해, 부동산 벼락거지에 이어 주식이나 코인 벼락거지마저 될 순 없다는 절박함이다.

그러나 이들 세 투자자산은 부류가 다르다. 부동산과 주식은, 토지와 기업 이익이라는 내재가치가 있다. 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질서가 부여돼 있다.

가상자산은 아직 나라마다 어떻게 다룰 지 고민하는 단계다. 게다가 변동성도 커, 상승과 하락 모두 폭이 크다. 수익 기대도 높지만 하락 위험도 크단 이야기다.

그런데 국내에선 아직 주무부처도 정하지 못했다. 가상자산은 ‘특별금융정보법’에 의해 거래소 규제 등이 이뤄지는데,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은 투자자산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이 화폐기능이 있으니 금융위 담당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특금법이 금융위 소관이기에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며 자신없는(?) 답을 내놨다.

가상자산을 둘러싼 주무부처 핑퐁게임은 또다른 자산인 부동산 규제 때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꾸준히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온 행정부를 동원해 시장 안정을 표방했다. 국토교통부는 물론 금융위원회(대출규제), 국세청(세무조사), 경찰(특별사법경찰권) 등 서로 집값 안정을 위해 앞다퉈 일했다.

사실상 모든 경제정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쓰였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스스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며 정책 실패를 자인했다.

이번엔 아무도 손을 대고 있지 않으니, 실패마저 부인될 지도 모른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해 주식시장 활황기에 투자를 시작한 ‘주린이’ 셋 중 둘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증권사 4곳의 신규투자자 6만명을 조사한 결과, 거래비용을 고려하면 투자수익률이 -1.2%였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은 주식을 로또처럼, 대박의 기회로 여긴 때문으로 풀이했다.

‘코린이’는 이와 다를까. 막연한 기대로 이뤄진 투자 손실은 투자자 스스로의 책임이나, 법망이나 규제를 마련해주는 것은 정부의 의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게리 겐슬러 위원장은 최근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SEC에 감독권을 부여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도 누군가 나서야 할 때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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