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고독사예방법 시행 5개월…대책 없는 현실 ‘갈 길이 멀다’ 왜?
뉴스종합| 2021-08-12 12:00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예방법)이 시행 5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체계적 대응 정책을 마련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정책 대상인 고독사 위험군에 대한 정확한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아서다.

정부의 정책 마련에 필요한 실태조사는 내년 이후에나 결과가 나올 예정이어서,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 시행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고독사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 고령화가 심각해진 일본에서 먼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다. 하지만 고독사는 홀로 사는 노인들의 문제라는 시각이 중심이었고, 종합적인 현상 분석에 기반한 국가적 대응책 마련은 20년 가까이 과제로만 남아 있었다.

고독사예방법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은 20대 국회에 들어서야 본격화됐다. 2017년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나란히 고독사 예방 법안을 발의했고,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통합 대안으로 법안이 통과하면서 비로소 고독사 예방·관리를 위한 국가 정책 체계 마련의 첫걸음을 뗐다.

고독사예방법 제정안이 비로소 올 4월이 시행되면서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이 의무화됐지만, 구체적인 정책 입안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 고독사의 현주소를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야 타깃별 정책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실태조사를 실시하기 위한 설계 연구 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다. 이번 용역 연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고독사 통계를 산출할 지 방향을 확정지으면, 내년 상반기께 실태조사에 나설 수 있을 전망이다. 실태조사 결과는 빠르면 내년, 늦으면 2023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고독사예방법이 시행된 게 올해 4월이고, 법에 따라 종합계획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라며 “우선 실태조사를 통해 현황부터 파악해야 연령대별, 가구유형별 등으로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독사예방법에 따른 고독사 예방 협의회는 올 하반기에나 구성될 예정이다. 고독사 예방 협의회는 관계 중앙행정기관장과 지방자치단체장, 전문가들이 모여 고독사 예방정책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본격적인 정책 마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면서 보건복지부는 2022년도 국가예산에서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우선 집중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과거에 고독사 관련 정책이 노인에 집중된 복지서비스 및 돌봄체계 제공에 있었다면, 이제는 연령대별로 나눠 지원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내년도 사업을 위한 예산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대응이 지체되는 사이 고독사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무연고 사망자 추이 자료를 보면, 전체 무연고 사망자가 2016년 1820명에서 2020년 2880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50대 무연고 사망자가 418명에서 623명으로 급증했다. 40대도 190명에서 256명으로 증가했다. 2016년 81명에서 2017년 63명으로 꺾이는 듯했던 40세 미만 청년 세대는 지난해 97명으로 100명에 육박했다.

아이클릭아트 자료

고독사가 집중된 대도시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기도의 경우 5년 사이 무연고 사망자가 325명에서 648명으로 99% 증가했는데, 50대의 경우 54명에서 146명으로 125% 급증하며 더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40대는 102%(36명→73명), 40세 미만은 100%(15명→30명)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중장년 및 청년 1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고독사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지난 5월 4기 고독사 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고독사 위험군 전수조사 및 사회적 고립가구 발굴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고독사 예방을 위한 조례를 두고 운영 중이다. 전국의 고독사 관련 조례는 12일 현재 203개이며, 이 가운데 독거노인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조례는 75개다.

박승곤 영남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고독사 실태조사를 일부 시행한 적은 있지만, 전국적 차원의 통계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어떤 집단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기초 자료가 나와야만 고독사 예방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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