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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넘는데, 살 사람은 산다” 애플워치 왜 잘 팔려?
뉴스종합| 2021-08-28 15:55
애플워치SE [사진=독자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비싸도 살 사람은 다 산다! 애플워치 ‘사용자’만 1억명”

2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플워치의 활성 이용자 수, 즉 현재 실제로 애플워치를 사용 중인 소비자의 수가 ‘1억명’을 돌파했다. 애플워치의 평균적인 가격대 50만~60만원대로 경쟁사 제품 대비 비싸다. 지난해 출시된 애플워치6 시리즈의 경우 가격대는 53만 9000~101만 900원에 이른다. 27일 출시된 갤럭시워치4 시리즈(26만 9000~42만 9000원)의 2배다.

애플워치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15년 4월. 이전에도 ‘스마트워치’는 존재했다. 2013년 삼성전자가 갤럭시 기어를 선보이면서 2014년 모토360(모토로라), G워치(LG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만든 ‘2세대 스마트워치’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을 키운 것은 애플워치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4년 2분기 100만대에 불과했던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2015년 2분기 530만대로 5배 몸집을 키웠다. 애플의 점유율은 75%에 달했다.

업계는 애플이 액세서리·건강관리 등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한 점, 아이폰 사용자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 등을 애플워치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액세서리에서 주치의로…패러다임 선도
애플워치 시리즈2 [헤럴드DB]

2015년 출시된 애플워치는 손목 위의 비서이자 또 다른 ‘액세서리’로 자리매김했다.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한 재질의 시계 본체와 시곗줄을 조합해 꾸미는 재미를 더했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나이키, 에르메스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iOS 기반 다양한 앱도 경쟁사 대비 두드러지는 강점이었다.

하지만 낮은 배터리 효율, 블루투스 기능 통한 연결로 한정된 사용성, 통화 기능 부재 등으로 출시 반 년만에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스마트워치는 ‘얼리어답터’의 장난감일 뿐, 대중의 IT기기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iOS에서 사용되는 '활동 앱' 작동 모습. [애플 홈페이지 캡처]

애플워치는 곧바로 전략을 바꿨다. 메시지, 전화, 알림 수신 등 스마트폰의 보조 기기에서 ‘피트니스 도구’로 변모시켰다. 2016년에 선보인 애플워치2에 걷기·운동·서기를 감지할 수 있는 ‘활동 앱’에 탑재됐다. 이듬해 피트니스 기구를 사용해 운동한 결과를 애플워치에 연동시키는 짐킷(Gymkit) 기능을 선보였다. 작고 가벼워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쉽다는 특징을, 신체 데이터 기록·모니터링 기기로 발전시켰다.

2018년 애플워치4는 ‘손목 위 주치의’가 됐다. 가속도계를 활용한 낙상·추락 감지, 심전도(ECG) 측정 기능이 탑재됐다. 애플워치의 용두(디지털 크라운)에 손가락을 열고 ECG 앱을 열면, 심장 리듬의 움직임을 판별한다. 삼성전자가 기존의 ‘갤럭시 기어’ 브랜드 대신 ‘갤럭시 워치’로 이름을 바꾸고 ▷스트레스 ▷수면 시간 ▷운동량 측정 등 신체 신호 감지와 건강 관리, 피트니스 기능을 대폭 확대한 것도 이 즈음이다.

애플워치6에 탑재된 센서 [애플코리아 제공]

지난해 애플워치6에는 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이 탑재됐다. 차세대 애플워치에는 채혈없이 ‘혈당’을 측정하는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땡큐, 애플빠!”…‘애플 생태계’ 덕 톡톡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아이맥, 애플워치 등 ‘애플 생태계’ 제품을 선호하는 충성 고객의 몫도 상당하다. 실제 아이폰 사용자의 상당수가 애플워치를 구매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아이폰 구매자의 30%가 애플워치를 사용하고 있다. 구매력이 높은 북미 시장에서 아이폰의 인기가 고스란히 애플워치로 이어지는 셈이다. 애플워치 사용자 1억명의 절반이 미국에서 나온다.

국내 또한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 iOS 사용자의 6.7%가 스마트워치를 새롭게 구매하거나 교체했다. 같은 기간 안드로이드OS 사용자의 구매·교체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는 애플 아이폰 사용자의 35%가 스마트워치를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사용자의 응답률(18%)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애플워치SE [애플코리아 제공]

지난해에는 보급형 ‘애플워치SE’를 출시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혔다. 35만 9000원부터 시작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애플워치의 지난해 3분기 출하량은 1180만대로, 전년 동기 680만대보다 75% 가까이 늘어났다(IDC). 보급형 모델임에도 전작 애플워치5에 탑재된 S5칩과 심전도, 혈중산소 포화도 측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강 관리·피트니스 기능을 탑재했다.

후발 추자 추격 거세…삼성·가민 출하량 급증
2020년, 2021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1위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는 애플이지만 후발 주자의 추격도 상당하다. 애플워치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30.1%에서 올해 2분기 28%로 2.1% 포인트 줄었다. 그 뒤를 화웨이(9.3%), 삼성(7.6%), 아이무(6%), 가민(5.8%)이 잇는다.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43% 급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갤럭시워치3와 갤럭시워치액티브2가 꾸준한 수요를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8월 공개된 ‘갤럭시워치4’ 시리즈에 대한 삼성전자의 자신감이 상당하다. 건강 관리 기능에서 애플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갤럭시워치4 [삼성전자 제공]

시리즈 최초로 체성분(Body Composition) 측정 기능을 지원한다. 스마트 워치에 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골격근량, 기초 대사량, 체수분 및 체지방률 등을 약 15초 만에 확인할 수 있다. 광학심박센서(PPG), 전기심박센서(ECG), 생체전기임피던스분석센서(BIA) 등 3개의 센서를 하나의 칩셋으로 통합해 애플워치와 센서 기능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

가민이 출시한 러닝 특화 스마트워치 포러너 55(Forerunner 55) [가민코리아 제공]

스마트워치만 제조하는 ‘가민(Garmin)’의 글로벌 점유율 상승도 주목할 만하다. 출하량이 전년 대비 62% 상승하며 점유율(5.8%)를 확보, 판매량 5위에 진입했다. 애플, 화웨이,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통합적인 피트니스 기능을 제공한다면, 가민은 ▷러닝 ▷사이클 ▷수영·다이빙 ▷골프 등 세분화된 제품군이 강점이다. 가민 관계자는 “2분기 피트니스와 아웃도어 제품군 매출이 각각 40%, 57% 상승하는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매출이 증가했다”며 “특히 러닝용 스마트워치 포러너 55와 프리미엄 피트니스 스마트워치 베뉴2시리즈 출시가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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