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美中, 로우키 급선회...첫 정상회담 앞 숨고르기
뉴스종합| 2021-11-11 12:04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왼쪽)와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가 10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행사에서 미중 기후변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사진은 존 케리 특사가 미 국무장관이던 2015년 12월 프랑스 르부르제에서 열린 COP21 행사에서 당시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와 만나 대화하는 장면. [AP]

미국과 중국이 10일(현지시간) ‘로우키(row key·절제된 행보) 모드’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다음 주 중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화상 정상회담을 갖기로 하고, 잠정 날짜론 15일 오후라는 시점까지 보도되면서 극단으로 치닫던 ‘구두 전쟁’을 멈추는듯 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등 양국의 협력이 긴요한 부문에선 손을 맞잡겠다는 신호를 세계에 발신한 게 대표적이다. 군사 충돌 우려가 고조된 대만 문제를 놓고도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메시지가 미 외교안보라인에서 나왔다. ‘전면 충돌’이 아닌 ‘공존 가능한 경쟁’이라는 강대국 관계 설정으로까지 나아갈지 주목된다.

▶영국서 날아온 미중 ‘깜짝’ 협력 성명=세전화(解振華) 중국 기후 특사와 존 케리 미 기후특사는 이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은 일제히 ‘깜짝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COP26 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한다는 ‘국제 메탄서약’이 도출됐지만, 메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이 참여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찍혔는데, 미중이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발표한 점이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시 주석이 COP26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걸 두고도 바이든 대통령이 비판을 했는데, 물밑에선 두 나라가 기후 대응에 협력하는 안을 조율해온 셈이다.

▶美 외교안보라인도 갈등 조정 모드=미중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군사 충돌 위기까지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절묘한 뉘앙스’로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려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뉴욕타임스(NYT) 주최 행사에서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한다면 동맹국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타운홀미팅에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때 미국이 방어할 거냐는 질문을 받자 “그렇다”고 답해 중국의 큰 반발을 샀는데, 블링컨 장관은 대응 주체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원칙론을 제시한 것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언론을 통해 대만 문제와 관련 ‘하나의 중국’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제28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 기조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냉전 시대의 대립과 분열로 다시 빠져들 수도 없고, 빠져들어서도 안 된다”며 미국과 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핵심 이익선 양보 어려울듯=미중 관계의 바탕엔 세계 최강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국이라는 풀기 힘든 역학이 있기 때문에 양국 최고위급의 협력 선언이 모든 분야에 적용되지 않은 채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엄존한다. 경제·무역 분야가 대표적이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대중 통상전략을 공개했는데,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 이행 외에 중국을 압박하는 내용이 적지 않게 들어 있었다. 중국 정부 주도의 비시장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활용하고, 21세기 공정 무역을 위한 규칙 마련 차원에서 동맹과 협업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경제·무역 정책 브레인들은 중국이 정부 주도의 철강·태양광·반도체 산업 육성책으로 미 경제를 희생시키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갈 길 바쁜 중국으로선 수용할 수 없는 지점이다. 결국 미중 협력의 수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경제·무역 분야가 어떻게 다뤄질지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홍성원 기자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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