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굴착기 면허취득 열풍에…건설기계시장도 방긋 [헤럴드 뷰-중장비 자격증에 빠진 5060]
뉴스종합| 2022-01-21 11:09

금융권에서 일하고 있는 50대 A씨는 몇년 전부터 은퇴 후에 카페 운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경기도 가평 쪽에 카페 부지 매입을 계약하고 공사에 들어갔는데 문제는 카페 앞 공터의 조경이었다. 일일이 삽으로 돌들을 골라내고 식목하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A씨는 그때부터 소형굴착기 면허를 따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일과 후 틈틈이 시험을 준비한 끝에 면허 취득에 성공했다. 취득 후에는 주말마다 가평에 내려가 빌려온 굴착기로 시험 삼아 땅 고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충남에서 전업농업인 준비를 하는 40대 C씨가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3t 미만 굴착기 면허 취득이었다. C씨는 “귀농 준비를 하다 보니 가장 절실한 장비가 굴착기였다”며 “운전면허증 이후 생애 두 번째 자격증을 따고, 미래에 한 발 더 다가가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은퇴 후 귀농 및 재취업 등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소형건설기계 자격증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면허 수가 최대 3배가량 증가했다.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국내 건설기계장비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건설기계조종사 면허(국토교통부 건설기계 현황 통계·6월 30일 기준) 수는 164만5167개로, 지난 2011년 78만9839개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3t 미만 소형건설기계 면허는 10년 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t 미만 굴착기의 경우 취득 면허 수가 지난 2011년에는 4만1789개에서 지난해(6월 기준) 14만2115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3t 미만 지게차 역시 2011년 17만9419개에서 지난해(6월 기준) 48만3710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으로 면허 취득의 길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3t 미만 굴착기를 비롯해 지게차, 로더, 5t 미만 불도저, 천공기 등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전문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습시간을 채워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시험 없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10년에 한 번 정기 적성검사, 3년에 한 번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면허가 유지된다.

소형건설기계들은 이론교육 과정이 동일해 한 기종 면허를 취득하고 이론교육을 이수하면 다른 기종에 대한 이론교육은 면제받을 수 있다.

김영성 전남건설기계운전학원장은 “은퇴하면서 제2의 삶을 준비하는 분 중에 농업용으로 굴착기나 지게차를 활용하려는 분이 많다”며 “나이대와 상관없이 이틀 정도 꼬박 연습하면 금방 운전에 적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기계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국내 관련시장도 호황을 맞았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1월 누계) 국내 건설기계 판매량은 3만224대로, 전년 대비 2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지방 대규모 공사들이 재개되면서 지난해 굴착기가 6개월 연속 월 1000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국내 판매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건설기계는 굴착기다. 지난해 11월까지 총 1만483대가 판매돼,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7.1% 증가했다. 판매 실적에서는 38t 이상 대형굴착기가 전년 동기 대비 64.2% 증가했다. 4t 미만 소형굴착기는 418대가 팔려 2020년(344대)보다 21.5% 늘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6200억원의 매출(잠정치)을 올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량 또한 5500여대로 예상돼, 24년 만에 최대다. 이는 지난 1997년 대우중공업 당시 거둔 4800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현대건설기계 역시 지난 2017년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기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건설장비 총 3000여대를 판매해 약 2900억원의 매출(잠정치)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0%, 125.9% 증가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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