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KAIST “항생제 내성발생 원인 찾았다”
뉴스종합| 2022-03-21 13:01
왼쪽부터 김대욱 박사, 김재경 교수, 홍혁표 박사과정생.[KAIST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항생제와 같은 동일한 외부 자극에도 개별 세포마다 반응하는 정도가 다른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 그룹 겸임) 연구팀이 외부 자극에 대한 세포 간 이질성의 크기가 세포 내 신호 전달 과정의 반응 속도 제한 단계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들이 동일한 외부 자극에 다르게 반응하는 이유는 오랫동안 풀리지않은 과제였다. 특히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의 이질성은 항암 치료 시 화학 요법을 적용할 때 암세포의 완전 사멸을 막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세포 간 이질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서 속도 제한 단계를 제시한 이번 연구는 화학 요법 치료의 효과를 개선하는 데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몸속에 있는 세포는 항생제, 삼투압 변화 등 다양한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신호 전달 체계는 세포가 외부 환경과 상호 작용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동일한 외부 자극을 세포들에 가했을 때 반응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약물에 대한 이질적인 반응과 약물 내성이 강한 존속성 세균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을 유발하는 세포 간 이질성의 원인을 찾기 위해 많은 시도가 있었다. 특히 신호 전달 체계를 이루는 많은 중간 과정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제안됐으나, 실험적으로 모든 중간 과정을 직접 관측하는 것이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에 난제로 남아 있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난제 해결을 위해 세포 내 신호 전달 체계를 묘사하는 큐잉 모형(Queueing model)을 개발했다. 개발된 큐잉 모형을 바탕으로 통계적인 추정 방법론인 베이지안 모형과 혼합 효과 모형을 결합해 신호 체계의 중간 과정에 대한 관측 없이도 신호 체계를 분석할 수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연구팀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세포 간 이질성이 신호 전달 체계를 구성하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A) 항생제 투여 후 시간에 따른 대장균 반응 신호의 세기를 형광 단백질을 통해 측정한 시계열 자료. 두 군집에서 신호 세기의 이질성이 관측되며 그 크기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화살표, 점선) (B) 연구 결과 도식.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속도 제한 단계의 수가 많아질수록 최종적으로 반응하는 신호의 세기의 이질성이 커진다.[KAIST 제공]

연구팀은 수리 모델 분석을 위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대장균의 항생제 반응 실험 데이터를 이용해 이론적 결과를 검증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항생제 내성 세균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경 교수는 “항암 치료시 중요하게 고려되는 세포 간 이질성에 대한 이해를 수리 모델을 통해서 높인 연구”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항암 치료 개선 방안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김대욱 박사와 홍혁표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3월 18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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