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턱스크’· 미착용 시민들 거리 활보
‘미착용’ 시비 걱정·코로나 감염 우려 목소리도
“출근길처럼 사람 많은곳에선 마스크 착용해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 2일 오전 한 모녀가 서울 청계천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산책을 하고 있다(왼쪽). 한편 서울 광화문네거리 인근에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빅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제 숨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버스가 오면 그때에는 (마스크를) 쓸 겁니다.”
2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버스 정류장 앞에서 50대 남성 정모 씨는 버스를 기다리며 이렇게 말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생긴 후 566일 만에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마스크로 인해 느낀 답답함이 어느 정도 풀린다는 이야기였다.
2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거리. 출근길에 나선 시민 중 마스크를 아예 쓰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도 눈에 보인다. 김영철 기자 |
이날부터 야외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정부 방침이 나오면서, 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대다수 시민은 코로나19 감염 위험 탓에 마스크 미착용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감염 위험이 적은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백신 접종했다” 등의 이유로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50대 택시기사 김모 씨는 쌀쌀한 공기가 맴도는 오전 기온에도 뒷좌석 창문 양쪽을 활짝 열어 놓은 채 손님들을 태우고 있었다. 김씨는 “마스크를 쓰는 게 예전만큼 강하게 적용되지 않아 분명 감염 위험이 있을 것 같다”며 “오늘(2일)부터 손님들을 태울 때마다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를 다음달 2일부터 별도 안내 시까지 시행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다만 실내에서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이 의무다.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과 택시 내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이외 50인 이상이 모이는 집회, 관람객 수가 50명이 넘는 공연, 스포츠 경기 등은 행사 특성상 밀집도가 높고, 함성이나 합창 등으로 침방울(비말)이 퍼지기 쉽기 때문에 실외 공간이라도 마스크 착용이 의무 사항으로 남았다.
2일 오전 8시10분께 서울 동작구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승강장 모습. 탑승구가 천장과 벽면으로 밀폐되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시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쓴 채 열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영철 기자 |
통상 실외와 실내를 구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천장 유무와 사방의 밀폐 여부인데, 두 면 이상이 열려있으면 자연 환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실외로 간주해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동작구 지하철 노량진역 내부에는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은 시민들로 나뉘었다.
지하철 역사 내에서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천장이나 벽면이 없는 야외 승강장의 경우엔 마스크를 꼭 쓰지 않아도 된다. 이날 1호선 노량진역 열차 탑승구에는 벽면과 천장이 없어 실외로 간주할 수 있었지만 현장에 있던 승객 20명 중 1명만 마스크를 내려 턱에 받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승객도 열차가 역에 도착함과 동시에 이내 마스크를 쓰고 탑승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2일 오전 7시50분께 서울 강남구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승강장 내부에서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시민들 모습.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보이지 않는다. 김영철 기자 |
이날 등굣길에 나선 대학생 정모(23) 씨는 “아무리 지하철이어도 야외에 노출된 공간에선 마스크를 내려도 상관없을 것 같다”면서도 “그동안 마스크를 쓰면서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는 이득이 더 많아서 사람들이 야외와 연결된 공간에서도 (사람들이) 아직은 마스크를 더 착용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소마다 마스크 착용 규정을 놓고 다투는 시비가 일거나 혼선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1호선 노량진~종각역 구간의 열차 내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지하철역 출구에 다다를수록 하나둘 마스크를 내리거나 주머니 속으로 넣는 시민들이 보였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채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직장인 최윤선(32·여) 씨는 “지금까지 아픈 것을 감수하면서 백신을 3차까지 맞았다”며 “방역을 위해 스스로 이만큼의 부담도 감수했는데 바깥에서 마스크를 잠시 벗는 것까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근 시간대에 수많은 인파가 밀집해 있는 이유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있었다. 이날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민모(35·여) 씨는 “정부 지침이 바뀌어도 어디서든 마스크를 꼭 쓸 것”이라며 “아직 확진된 적도 없을뿐더러 아무리 확진세가 줄더라도,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여전히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두고 원하지 않는 실랑이에 휘말릴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진수현(45) 씨는 “마스크를 벗고 안 벗고는 정부 지침이니 이해하지만, 야외에서 착용 여부를 두고 의견 차이가 있는 사람들끼리 실랑이가 붙을 것 같아 우려된다”며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사람들 간 관계 형성에서 혐오나 배제가 바이러스처럼 우리 사회에 침투한 것 같아 이번 마스크 착용 방침이 이런 문제점을 수면 위로 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실외 마스크 해제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고 보지만, 출근길처럼 야외에도 수많은 인파가 한데 모여 있는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하나둘 실외 마스크를 해제하고 있고, 곧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단계적으로 마스크를 해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고위험군이나 확진자가 적지 않은 점에 따라 개인 차원에서 마스크 착용은 철저히 해야 한다. 야외에 있더라도 개방된 지하철 열차 탑승구처럼 사람들이 밀집해 있으면 바이러스 확산에 취약하니, 마스크는 꼭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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