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숄츠 “러와 파트너십 상상 못해”…러 “獨의 히스테리”
뉴스종합| 2022-06-23 08:57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의 침공을 받은 날을 기념하는 ‘81차 기억과 추모의 날’을 맞아 크렘린궁 인근 알렉산드로프 공원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굳은 얼굴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이 경례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AP]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군의 러시아 침공일인 22일(현지시간)을 맞아 독일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깊어진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독일 총리는 러시아와 정상 관계로 복귀할 가능성을 배제했다. 러시아 정부는 독일이 러시아 혐오주의 히스테리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푸틴의 공격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러시아와 함께 하는 파트너십은 가까운 장래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신은 숄츠 총리의 이런 발언이 그의 최측근인 옌스 플뢰트너 외교정책 보좌관의 설화(舌禍) 가운데 나온 거라고 설명했다. 플뢰트너 보좌관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언론은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제공하는 것보다 독일과 러시아의 미래 관계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숄츠 총리는 플뢰트너 보좌관의 발언은 언급하지 않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러시아와 맺었던 관계로 복귀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고 외신은 전했다.

올라프 숄치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사간)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따. [AP]

다만, 숄츠 총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997년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당시 대통령과 나토 회원국 정상이 서명한 ‘나토-러시아 건국법’을 폐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법은 독립국가의 주권과 국경 존중 원칙을 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이를 먼저 위반했기 때문에 폐기하자는 주장이 동유럽 국가 중심으로 나오는데 숄츠 총리는 러시아를 자극하는 걸 피한 셈이다.

나치 독일군의 침공을 받은 날을 ‘기억과 추모의 날’로 지켜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독일을 강하게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보도자료에서 “독일 정부가 최근 들어 대조국 전쟁(대 독일 전쟁을 러시아에서 부르는 명칭) 이후 러시아와 독일간 역사적 화해 과정을 위협하는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며 “러시아 혐오주의 히스테리는 독일 정부가 러시아에 매일 쏟아내는 공개적 비판으로 가열하고 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별도의 연설 없이 크렘린궁 인근 알렉산드로프 공원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행사엔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자칭 ‘특수군사작전’ 참가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한 여성이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광장’이라고 써진 현수막 앞을 지나가고 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인근을 우크라니아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親) 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공화국의 이름을 딴 광장으로 조성하려는 것이다. 이 현수막에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상징으로 통하는 글자 ‘Z’가 숱하게 적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AFP]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주변을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 광장’으로 선포하는 법을 발표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러시아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WP는 대사관 주변의 이름을 바꾸는 건 드문 일이지만 외국 정부를 자극할 때 종종 쓰는 수단이라고 했다. 체코 프라하에선 러시아 대사관의 앞 도로의 일부가 우크라이나 영웅 거리로 바뀌었다는 사례를 제시하면서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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