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활짝 웃던 이재명·박지현, ‘李영입인재’ 왜 저격수 돌변했나[H.OUR]
뉴스종합| 2022-07-13 14:48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1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영입 인재'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돌아섰다.

민주당 대표 선거 출마 자격을 요구하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만 콕 집어 '정면 승부'를 해보자고 선언한 상태다.

“이재명이 달라졌다” 작심발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인천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과 윤호중·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인천 계양구 이재명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을 맞잡은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박 전 위원장은 전날 YTN '이슈인사이드'에 출연해 이 의원이 지난달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출마한 이유를 놓고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을 막기 위해 '방탄용'의 그런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 나오려는 이유도 비슷한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을 말하면서 이 의원을 거듭 언급했다.

그는 "물론 저도 책임이 있다. 이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공천한 게 가장 큰 책임"이라며 "(대선)후보였던 분을 차마 말릴 수 없었던 것, 그게 아직까지 많은 아쉬움으로 남고 후회되는 부분"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에는 "혁신 없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선거는 민주당 몰락의 신호탄"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9일에는 이 의원이 지지자들과의 온라인 소통에서 애교를 섞어 "또금만 더 해두때여"(당원 가입을 조금만 더 격려해주세요)라고 쓴 일을 놓고 "저 글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참 당황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의원님이 저를 억압하면 안 된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메시지를 낸 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태"라며 "저에 대한 메시지를 낸 것에 속상해하는 열성 지지자를 달래기 위해 쓴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을 저격하는 명분으로 '혁신'을 거론한다.

박 전 위원장은 "이재명 의원 등 어느 후보도 더 젊은 민주당,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을 지키는 민주당, 폭력적 팬덤과 결별한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으로 혁신하겠다고 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이 의원이 혁신과 거리를 둔 채 '팬덤 정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오전 인천 계양역 광장에서 열린 인천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이 달라졌다"고도 했다.

특히 당내 성범죄 등에 강경한 발언으로 신념을 보인 박 전 위원장 입장에선 이 의원이 최강욱 의원 건에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 이에 실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은 최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의원이)대선 때는 성범죄, 디지털 성범죄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저와 몇 번이나 약속했다"며 "그런데 제가 비대위원장일 때 박완주 의원 제명건, 최강욱 의원 사건 등에 대해 (이 의원은)거의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최강욱 의원 사건을 제가 이야기하려고 할 때는 그런 발언을 막기도 했다"고 폭로키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의원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박 전 위원장은 민주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생각이 다르다고 비난하는 일은 이재명과 동지들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당부하는 등 대응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거물 때리기’로 지지층 설정·결집”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자기 정치'에 시동을 걸었다는 말이 나온다.

젊은 여성인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의 고정 지지층을 ▷청년 ▷여성과 ▷비(非)이재명계로 '설정'하고 행동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을 때리면서 당 내 위치를 선명히 하는 동시에 '거물급'을 건드리는 데 따른 체급 상승 효과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아무런 정치적 배경이 없는 이가 주목받고 성장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은 유력 주자들을 견제하는 것"이라며 "다만 정치 입문 과정에서 그 사람 덕을 어느정도 봤다면, 저격 수위가 너무 높아지면 외려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이 부분은 의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박 전 위원장은 원래 정춘숙 민주당 여성위원장의 추천으로 지난 1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으로 특히 20·30 여성의 표심을 얻기 위해 팔을 걷었다.

그런 박 전 위원장은 이 의원의 추천으로 공동비대위원장직에 임명됐다.

박 전 위원장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출신이다.

한편 현재 박 전 위원장은 당적 보유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전당대회 출마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6개월 이상 당원을 유지해야 당헌당규상 '당 대표 피선거권'을 갖는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후보 등록을 강행하고 출마 선언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국민의 44%가 제 출마를 지지하고 있다"며 "이재명 의원과 함께 경쟁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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