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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댕댕이’ 유산…1호 안내견 이름은? [비즈360]
뉴스종합| 2022-09-24 10:01
양현봉(왼쪽) 씨와 삼성의 1호 안내견 '바다'의 모습.[삼성화재안내견학교 안내자료 캡처]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강아지를 바라보는 모습[삼성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사회공헌 의지에서 시작된 안내견 분양이 올해로 29주년을 맞았다. 장애를 가진 이들도 거리낌없이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이 회장의 뜻으로, 1994년 1호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267마리의 안내견이 시각장애인들의 품에 안겼다.

24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매년 12~15마리를 무상 분양하고 있다. 가장 최근 파트너와 맺어진 ‘그루’까지 포함하면 총 267마리가 분양됐고, 현재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등 사회 각계각층의 파트너들이 이곳에서 안내견을 분양받았다. 안내견 훈련사들이 예비 안내견과 함께 보행한 거리만 지구 둘레(4만㎞)의 20배에 달하는 78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시각장애인 양현봉 씨에게 국내 첫 안내견 ‘바다’가 분양됐다. 당시 첫 안내견을 분양받게 된 양씨는 혜광학교 재학생이었다. 첫 분양이었던 만큼 합격 조건이 까다로웠지만, 경기도 안산에서 1~2시간이나 걸리는 인천 혜광학교까지 매일 통학하며 재활훈련을 하던 양 씨의 의지가 돋보여 다른 희망자들을 누르고 선정됐다는 후문이다.

사실 바다라는 이름이 본명은 아니라고 한다. 양씨에게 분양된 안내견의 본명은 ‘뷰티(Butte)’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처음 만들어 졌을 때는 안내견을 키우고 양성하는 기술이 국내에 전혀 보급되지 않은 상태였다. 요즘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가 일본·대만 등 아시아국가들과 훈련 기술 교류를 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1990년 초반에는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한국 문화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이지 못해 안내견 관련 노하우를 전수받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이때 왕립뉴질랜드시각장애인재단이 1973년 설립한 뉴질랜드안내견학교에서 국내 훈련사들에게 기술연수 등을 통해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당시 뉴질랜드에서 훈련사 등이 교육을 받으며 1992년 9월 13일에 태어난 암컷 리트리버인 뷰티를 국내로 데려오기로 한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작은 강아지가 바다를 건너와 훈련을 받은 뒤, 국내 1호 안내견이 된 것이다.

이 뷰티가 1994년 4월 30일 양씨에게 분양됐고 이후 시각장애인 파트너가 바뀌어 1998년 4월에 다시 재분양되면서 이름을 뷰티에서 바다로 변경하게 된다. 2002년 9월 6일 은퇴견이 된 바다는 2003년도에 숨을 거뒀다. 바다는 차분한 모습에 귀여운 인상을 주는 리트리버였다고 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내의 안내견추모공원 모습. 김지헌 기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내 안내견 추모공원의 안내견상에 새겨진 '바다'의 명패. 김지헌 기자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안내견 양성과 함께 안내견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안내견 사업이 갓 시작된 1990년대 초반에는 안내견과 함께 식당을 찾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할 때 거부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삼성화재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 등과 함께 시각장애 체험이나 ‘안내견과 함께 하는 대중교통 이용’ 캠페인을 벌였다. 정부와 국회도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공공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할 경우 처벌받게 하는 장애인 보조견 관련 조항을 1999년 ‘장애인 복지법’에 도입했다.

이 회장은 1993년 신경영 선언 당시 이를 기념하며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했다.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 걸음을 사회 공헌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 회장은 ‘진정한 복지 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는 사회 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평소 생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삼성은 1993년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화재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이 회장은 동물을 통한 사회공헌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안내견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로 29년을 맞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내년이면 30주년이 된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내견 육성·훈련, 직원교육 등에서 세계안내견협회(IGDF)의 인증을 받은 검증된 전문기관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안내견과 파트너를 위한 다양한 활동 방안을 고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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