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2000년대로 돌아간 것 같아요”…직격탄 맞은 택시·자영업자들 [카카오 마비가 만든 ‘디지털 유목민’]
뉴스종합| 2022-10-17 10:29
지난 15일 오후부터 카카오톡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장애가 장기화하면서 불편이 이어지는 가운데 16일 오후 경기 과천의 한 ‘카카오 T’ 주차 사전 무인정산기에 시스템 장애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지금이 2000년대입니까. 길거리에서 손 흔드는 손님 한 분이라도 더 잡으러 나갑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의 한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택시기사 여훈구(65) 씨는 연신 휴대전화만 쳐다보고 있었다. ‘카카오 T’ 애플리케이션으로 배차가 잡히는지 알아봤지만 번번이 헛수고였다.

여씨는 전날 오후 3시께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이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먹통이 될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 손님을 내려주면서 자동 결제 입력창에 택시비 1만3600원을 입력했지만 번번이 결제에 실패했다. 손님을 더 잡아둘 수 없는 나머지 여씨는 결국 값을 치르지 못한 채 운행을 이어가야 했다고 한다. 여씨는 “우티(UT) 등 다른 앱을 썼지만 카카오 T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평소처럼 손님을 잡는 데에 역부족이었다”며 “(결국) 거리에서 손을 흔드는 손님들을 잡는 식으로 일을 이어갔다. 주유비가 아까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15일 오후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등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들이 전부 작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택시기사와 자영업자들은 물론 콘텐츠 앱인 ‘카카오페이지’에서 작품 출시를 앞둔 웹툰작가들부터 ‘카카오버스’로 버스시간을 확인하던 시민까지 주말 화재로 피해를 봤다.

지난 16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기사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온 택시기사가 보여준 ‘카카오 T’ 자동결제 입력창. 전날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카카오 T에서 자동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김영철 기자

배달 주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식당 운영자들은 이번 사태로 매출에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강남구의 한 피자집에서 일하는 20대 남성 박모 씨는 주말 동안 배달기사가 잡히지 않아 음식을 조리하는 동시에 직접 배달만 25곳을 다녀와야 했다. 주말 하루평균 600만~700만원 매출을 내던 박씨의 매장은 지난 15일 매출이 평소에 비해 100만원 이상 급감했다. 배씨는 “배달기사가 잡히는 데에 30분 이상 걸려, 하는 수 없이 직접 배달을 다녀왔다”고 난감해했다.

카카오톡 기능 중 지인에게 선물받은 ‘기프티콘’을 매장에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일대의 한 대형 커피숍에 근무하는 20대 남성 김모 씨는 “본사에서 기프티콘을 통한 주문을 받는 것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받았다”며 “아직 기프티콘을 이용하려는 손님들이 있는데 다들 당황하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 출시를 앞둔 작가들도 홍보에 난항을 겪은 사례가 온라인상에서 종종 나타났다. 한 웹툰작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1년 동안 집필해서 (카카오페이지에) 출간을 앞둔 작품이 카카오 사태로 대배너 1면 노출이 어렵게 됐다.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카카오톡 대란’으로 자영업자들이 금전적인 피해를 봤다면, 시민은 일상에서 불편을 겪었다. 버스 등 대중교통의 도착시간을 알 수 없거나 필요한 업무지시를 원활히 전달할 수 없어서다.

지난 15일 지인 결혼식이 있었던 직장인 김모(30) 씨는 카카오버스 앱이 먹통이 돼 버스 도착시간을 알 수 없어 결혼식장에 늦을 뻔했다. 김씨는 “소통이 되지 않아 결혼식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동창들을 볼 수 있었다”며 “결혼식에서 찍은 사진도 공유할 수 없어 불편했다”고 아쉬워했다.

프리랜서 PD 박모(29) 씨도 “일요일(16일) 오전까지 넘겨야 할 작업이 있었는데 네이버밴드에 임시로 공지와 자료를 올렸다”면서도 “이전 자료들이 (카카오톡에) 있어서 일하는 데 어려웠고, 윗분들은 카카오톡 외 다른 플랫폼을 잘 몰라서 새로운 소식을 잘 확인하지 못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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