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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통에서 무단횡단하다 넘어진 보행자…정속주행하던 운전자, 일부 유죄
뉴스종합| 2023-08-14 08:15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정속 주행하던 차량이 무단횡단을 한 보행자를 놀라 넘어져 다치게 했다면 ‘뺑소니’일까. 검찰은 “뺑소니로 처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1심에 이어 2심 법원도 “뺑소니 혐의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2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정덕수 구광현 최태영 부장판사)는 운전자 A씨의 뺑소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을 선고했다.

사고는 지난해 1월 오후 10시께 서울 중구의 한 시장통 도로에서 발생했다. 편도 3차선 도로였다. 1차로와 3차로에 다른 차량들이 주차돼 혼잡한 상황에서 70대 보행자는 무단횡단을 시도했다. 그러다 A씨 차량과 마주쳤고, 깜짝 놀란 보행자는 뒷걸음질하다 넘어져 오른쪽 팔뚝뼈가 부러졌다. 물리적 접촉은 없었지만 보행자는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었다.

검찰은 “A씨를 뺑소니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며 재판에 넘겼다. “A씨가 보행자를 멀리서 발견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상해를 입힌 뒤 현장을 이탈했고, 해당 장소는 보행자가 자주 무단횡단을 하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운전자가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주차된 차량 사이로 갑자기 튀어나와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는 보행자를 충돌하기 전에 정차까지 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대해 불복했다. 항소하면서 뺑소니 혐의뿐 아니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다. 이는 뺑소니 혐의에 대한 유죄 판단을 먼저 구하고, 입증이 되지 않으면 예비적으로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한 판단을 구한다는 의미다.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교통사고 이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고 현장을 벗어난 경우 성립하는 혐의다. 인명 사고 후 도주했을 때 처벌하는 뺑소니 혐의 보다 처벌 수위가 낮은 대신 비교적 폭넓은 범위에서 유죄가 인정된다.

2심은 뺑소니 혐의는 무죄,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뺑소니 혐의에 대해 “A씨가 제한 속도를 초과해 운전했거나 급제동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가 없다”며 “제동 지점은 피해자의 뒷걸음질 시작 지점과 약 2m 거리를 두고 있어 운전자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택했다.

단,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게 하고도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던 사실이 인정된다”며 “사고 후 A씨가 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운전석에서 말다툼 후 운전해 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재 A씨 측은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 판단을 다시 받아보겠다”며 상고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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