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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통합계좌 내년 상반기 가동…채권·외환시장 안정화 효과” [투자360]
뉴스종합| 2023-09-17 07:00
한국예탁결제원 이순호 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외국인의 국채 투자가 활발하면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면서 외화 안정성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채 투자를 돕기 위한 통합계좌시스템도 내년 상반기 내 조속히 가동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사옥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히며 우리나라 국채가 일명 ‘선진국 국채 클럽’이라 불리는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되도록 함께 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또 예탁결제원은 1974년 설립된 이후 증권 등의 집중예탁과 계좌간 대체(결제업무) 등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디지털 자산 시장에 발맞춘 금융 플랫폼을 제공해 ‘넥스트 50주년’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韓국채 위상 높아져...금융 인프라도 관심”=올 들어 외국인이 보유한 우리나라 국고채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의 낮은 정부 부채 비율과 시장 성장성이 주목받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선 “안 사는 게 더 이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외국인의 투자 환경이 중요해지면서 예탁결제원의 역할도 커졌다. 지난달 이순호 사장은 유럽 출장을 떠나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과 국채통합계좌 시스템 구축·운영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왔다.

이 계약으로 외국인은 국내에 개별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두 기관이 예탁결제원에 개설하는 계좌를 통해 국채를 통합 보관·관리할 수 있게 됐다. 자본과 채권 이동에 국경 장벽을 없애면서 WGBI 편입을 위한 선결 과제를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상반기 국채통합계좌 운영에 추후 WGBI 편입까지 더 해지면 외국계 자금 유입세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다음을 일문일답

- 이번 국채통합계좌 도입으로 외국인의 투자 접근성은 어떻게 높아지는가.

▷외국인들은 국내 별도 계좌 없이 ICSD의 통합계좌를 이용해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혜택을 받으며 한국 국채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정부가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등록’ 의무를 폐지한 것처럼 국채통합계좌 운영 역시 외국인의 투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된 것이다. 현재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30여개 이상의 국가가 유로클리어와 연계해 ICSD 계좌를 운영 중이다. 외국인이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정부 기관별로 달랐던 거래 서식도 표준화해 한결 쉬워질 것이다.

- 한국 시장이 얻는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국채 발행을 통한 해외 유동성이 유입돼 시장이 안정되면 회사채 금리도 낮아져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줄어드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ICSD인 클리어스트림에 따르면, 2019년 우크라이나에 국채통합계좌를 연계 이후 1년 동안 우크라이나 국채의 만기수익률이 17%에서 11%로 감소한 사례가 있다. 가계 입장에선 예금이나 대출 금리가 낮아지는 효과도 있어 사실 국채는 주식보다 일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외국인은 보유한 달러화를 담보 삼아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빌려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데, 달러가 국내로 유입되면 환율 급등(원화 가치 급락) 같은 금융시장 불안도 완화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이순호 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예상되는 외국인 투자금 유입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외국인 투자 규모는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가 달라질 수 있어 추측하기는 어렵다. 일본 역시 ICSD 계좌를 구축하고 5~6년 시간차를 두고 투자가 급증했다고 한다. 구체적 수치를 목표로 두고 접근하기보다 외국인들의 한국 국채 투자 진입 장벽을 없앴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외국인 간 역외거래 가능범위를 기존 매매거래에서 ‘담보거래’까지 확대한 만큼 외국인 투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분명하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국채통합계좌 보관잔량은 2024년 7조원에서 2028년 60조원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치도 있다. 한국 국채가 세계 시장에서 잘 유통될 수 있도록 정부 홍보 활동에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 이번 국채통합계좌 구축을 계기로 WGBI 편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높아진 한국 채권 인기도 실감할 때가 있다. 지난달 유럽 출장 때 “한국 국채시장 비중은 약 2~3% 수준으로 WGBI 지수 편입에 성공하면 600억달러(약 80조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금이 유입된다는 전망치가 있다”고 소개하니 한 ICSD 관계자는 “유럽 시장 관점에서 보기엔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 같다. 더 크지 않을까”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국채 시장이 국제 표준에 부족함이 없도록 조속히 내년 상반기 내 국채통합계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

한국예탁결제원 이순호 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예탁결제원 미래 50년, 안정성·혁신 인프라 약속”=‘K-금융 인프라 국제 세일즈맨’, 이순호 예탁결제원 사장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이다. 이달 부산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공동으로 아시아채권시장발전방안(ABMI) 국제회의도 개최해 역내 최고 수준인 한국의 채권시장 인프라를 알렸다. 또 취임 6개월을 맞은 그는 서울과 부산, 해외를 부지런히 오가며 직원들과 만났고 신속한 경영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임원들의 임기도 3년에서 2년으로 줄이는 결단력도 보였다. 이 사장은 자신의 할 일이 “더 쉽고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내년 창립 50주년을 맞는 만큼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올해 ABMI 회의에선 어떤 논의가 오갔나.

▷이번 본회의에는 한중일 정책당국, 중앙은행 등에서 100여명이 참여해 한국 채권시장 발전현황, 한중일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4개 세션 중 하나로 예탁결제원이 ICSD 통합계좌 구축 과정 등을 발표했는데, 해외에서 한국 금융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걸 느꼈다. 몽골,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젠 등에서 온 관계자는 우리의 채권결제 시스템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에선 이번 ICSD 통합계좌 진행 과정에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2006년 태국, 2016년 인도네시아에 예탁결제시스템을 수출한 경험도 있다. 디지털 시장에 발맞춘 혁신 금융 플랫폼을 조성해 글로벌 시장에 K-금융 인프라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펀드넷부터 토큰증권 플랫폼까지, 예탁결제원이 선보이려는 서비스가 다양하다.

▷플랫폼 서비스는 아무리 혁신하더라도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다. 올 들어 빅테크 금융그룹의 위험관리가 시장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서비스의 편의성과 접근성이 좋아졌지만 IT사의 운영리스크가 금융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일명 ‘제3자 리스크’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예탁결제원 업무를 파악하면서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 등이 제3자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았는지 등을 살펴봤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제공하겠다.

- 외국인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들도 국채 관심이 크다. 예탁결제원은 내년부터 출시되는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 자금을 처리하는 업무를 도맡았다.

▷예탁결제원은 개인투자자용 국채 사무처리기관으로서 매월 신규 발행되는 개인투자용 국채 발행한도와 표면금리·가산금리 등 기재부 공표 사항이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겠다. 현재 한국은행과 한국재정정보원 등과 네트워크를 연계해 국채 발행을 위한 전산 프로그램 개발도 진행 중이며 연말 내 시스템 테스트를 끝내겠다. 또 국채법 개정에 따라 시행령 등 하위 법규 개정 작업도 이달 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탁결제원은 안정성을 기반으로 토큰증권 플랫폼과 펀드넷, 국채 거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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