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한은 총재 "적격담보증권 대출채권 포함·비은행 유동성 지원 추진"
뉴스종합| 2023-10-05 15:0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하반기 금융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출 적격담보증권의 범위에 대출채권을 추가하는 방안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한은 별관에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기능 강화'라는 주제로 공동 개최한 정책심포지엄에서 축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그는 "앞으로 높은 금리수준이 장기간 지속(higher for longer)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예상치 못한 금융불안 발생 시 유동성이 적시에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실리콘밸리 뱅크런 사태 등 미국의 중소은행 위기는 소셜미디어 확산과 금융서비스 혁신의 결합으로 전례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비은행금융부문의 금융 중개 기능 확대로 새로운 위험 요인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졌다.

이러한 구조적 상황 변화에 대응해 한은은 최근 대출 제도를 개편한 바 있으며 이번 심포지엄에서 이에 따른 정책 효과와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함준호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개회사에서 "주요 중앙은행들은 다양한 정책 수단의 도입을 통해 최종 유동성 공급자, 시장 조성자로서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한국은행의 대출 제도 개편 또한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된다"면서 "이러한 정책 변화는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발권력을 통한 금융안전망 확대가 혹여 야기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 민간시장 구축 등 부작용도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개회사와 축사 후에는 발표 세션 및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신관호 고려대학교 교수는 '한국은행과 금융안정'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에 따라 한은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을 포함시켰지만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 수행 과정에서 한은의 참여는 제한적이다. 이에 따라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정책 간 조화로운 운영이 어려워지고 상충관계 발생 우려가 증대됐다"며 "원칙적으로 금융 불안에 대한 사전적 대응은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선돼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은이 거시건전성 정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건태 한은 통화정책국 신용정책부장은 '한국은행 대출제도 개편 및 주요국 제도와의 비교'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임 부장은 "은행에 대한 자금조정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은행채, 지방채, 우량 회사채 등으로 담보 범위를 확대했으며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해서는 한은법 제80조 조건 충족 시 유동성 지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에 대해서는 한은법 제65조 조건이 충족될 경우 대출적격담보에 대출채권을 추가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 중"이라며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한은은 최종대부자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금융안정 역할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 대출 제도의 유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신속한 지원을 위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대출채권의 평시 담보 활용 가능성 제고 노력 등이 필요할 것"이라며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은의 정보 접근성이 제한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에 대한 신속한 유동성 지원 결정을 위해 감독당국과 한은의 수시 정보 공유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시스템리스크 진단과 한국은행 유동성 지원 확대의 의의' 발표에서 시스템적 중요기관 선정에 활용하는 지표기준법을 통해 은행과 증권사의 시스템리스크 수준을 평가한 결과 증권사의 리스크 수준은 은행의 4분의 1 수준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6년간 대형 증권사 시스템리스크는 평균 15.9%로 빠르게 증가해 같은 기간 대형 은행 리스크 평균이 4.6% 감소한 것과 대비됐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한국은행 대출 제도 개편 및 비은행 금융기관 유동성 지원 확대 방안은 시스템리스크 촉발 억제, 시스템리스크 확산 경로 차단, 시스템리스크 확산 속도 둔화 등의 효과를 통해 금융안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한국은행 대출제도 개편에 따른 채권시장 영향' 발표를 통해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조치 당시 대출 적격담보증권 범위 확대에 따른 채권시장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신용스프레드가 유의하게 감소하며 신용채권시장 안정화 추세가 나타났다"면서 "이번 대출 제도 개편은 유사시 채권시장의 신속한 유동성 확보를 통해 신용채권 급매에 따른 시스템리스크를 경감하고 금융 취약계층의 후생 증대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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