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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환율상승기 ‘땅 짚고 헤엄치기’…5년간 수출중소기업 환차익 936억, 은행이 ‘쏙’
뉴스종합| 2023-10-16 09:47
인천 중구 인천항 제4부두에서 선박에 화물 적재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원/달러 환율이 지속 상승곡선을 그려온 지난 5년여간 환변동보험에 가입한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의 환차익 936억원이 은행으로 환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수출기업이 환율 상승 이익금이 기업으로 귀속되지 않고 은행에 환수되는 ‘일반형’ 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지난 5년간 코로나 사태와 불안정한 국제정세로 환율이 치솟은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거액의 환수금을 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운영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환율 상승 이익금이 기업에 돌아오지만 보험료율이 높아 가입을 꺼리는 ‘옵션형’ 보험 문턱을 낮춰 수출기업을 폭넓게 보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13개 시중은행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5년여간 환수한 환변동보험 정산금이 936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출기업은 432억원의 손해보상금을 받았지만 936억원을 환차익 납부로 지급해 504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 한 해 동안만 수출기업들은 480억원을 환차익으로 납부했지만 61억원만을 보장받는 데에 그쳤다.

이 가운데 국내 4대 금융기관 중 국민·신한·하나은행은 지난 5년간 248억원을 환수했다. 국민은행이 119억원으로, 전체 환변동보험을 취급하는 금융기관 중 가장 많은 환차익을 환수했다. 하나은행이 82억원, 신한은행이 4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수협은행이 53억원, 산업은행이 38억원, 부산은행이 14억원을 가져갔다.

환변동보험은 무역 과정에서 고정된 금액으로 거래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제거하고, 그로 인한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보험제도다. 수출기업이 노출돼 있는 환차손 리스크를 환변동보험 가입으로 보전받을 수 있다

다만 일반형과 옵션형으로 구분된 보험 중 수출 중소·중견기업의 77%, 가입 건수(중복 가능)로는 90%가량이 일반형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옵션형 상품은 환율 하락 시 기업이 떠안을 손실을 보상해주고, 환율 상승기에는 이익금을 기업이 가져가도록 하는 상품이지만 기본 보험료율(10월11일 기준)은 최소 0.752%에서 최대 4.712%로 높다. 반면 일반형 상품은 환율 하락 시에만 기업 손실을 보장하고, 환율 상승 시에는 이익금이 은행으로 환수된다. 보험료율도 최소 0.008%에서 최대 0.343%로, 옵션형에 비해 훨씬 낮다.

지난 5년간 환변동보험 가입 전체 건수(1만761건) 중 일반형 가입은 1만5761건(89.4%),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1만5368건(일반형 가입건수 중 97.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대로 옵션형 가입 건수는 1880건으로, 중소기업 가입은 1859건이었다. 중소기업 가입 건수 중 옵션형을 선택한 비율은 10.8%에 불과했다.

이에 이익금을 기업이 가져가 환율 상승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역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 위험을 제거하는 데 취지를 두고 있지만 최근 급변하는 환율과 함께 얼어붙은 무역시장에서 발생한 환차익 전액을 회수하는 것은 ‘은행 배불리기’라는 지적이다.

이장섭 의원은 “국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우리 수출 중소기업 경영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옵션형 상품에 적극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낮추는 등 무역보험공사도 상품을 중개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수출기업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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