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조성진, “내가 원하는 대로 하니 천국…진정한 목표는 음악적 깊이”
라이프| 2024-04-25 09:40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조성진. [연합]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내가 원하는 대로 하니 여기가 천국이에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가 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이렇게 말했다.

25일 베를린 필하모닉에 따르면 조성진은 이 악단의 2024/2025년 상주음악가로, 1년간 베를린필과 2차례 협연을 포함해 베를린필 단원들과의 실내악, 라벨의 피아노 전곡 독주회 등 5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먼저 올해 10월에 베를린필과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피아노, 트럼펫,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고, 12월에는 베를린필 단원들과 브람스, 리게티, 버르토크 실내악곡을 함께 한다.내년 1월에는 베를린필 산하 음악인 양성 기관인 카라얀 아카데미와 공연도 예정돼있다. 이 공연에서 조성진은 한국 작곡가 신동훈의 ‘나의 그림자’를 선택했다. 3월엔 베를린필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4월에는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연주하는 독주회를 연다.

조성진은 베를린필과의 인터뷰를 통해 “베를린필 상주음악가 돼서 정말 신나고 영광”이라며 베를린필과 함께 한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그는 2017년 베를린필과 협연 예정이었던 피아니스트 랑랑의 부상으로 대신 무대에 올랐다.

그는 베를린필과의 첫 만남에 대해 “데뷔했을 당시 저는 23세였고 베를린으로 막 이사한 상태였다”며 “굉장히 긴장했고, 살롱드프로방스 페스티벌에서 알게 된 카시모토 다이신과 에마누엘 파후드를 제외하곤 오케스트라에 친구가 거의 없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팬데믹 기간 중 온라인 공연, 지난해 베를린필의 내한 공연에서의 협연으로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조성진은 “지금은 이 오케스트라에 대해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낀다”며 “모두 훌륭한 음악가이고 훌륭한 사람들”일고 했다.

상주 음악가 프로그램은 조성진이 자신의 취향과 애정을 담아 직접 구성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천국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를린필과 협연하는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은 10대 때부터 연주해오던 곡,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자신의 성격과 닮은 면이 있다고 했다.

조성진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서 제가 좋아하는 것은 매우 비꼬는 음악이라는 점”이라며 “저는 블랙유머나 블랙코미디를 좋아하는데, 친구들은 제 성격도 다소 비꼬는 편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작품은 블랙 유머뿐만 아니라 서정적인 깊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라벨의 피아노 전곡 도전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며 “2025년은 라벨 탄생 150주년이어서 이를 축하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진은 “라벨은 완벽주의자였다고 생각한다. 그의 음악은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낭만적인 드뷔시의 음악과는 어떤 면에서 매우 다르다”며 “그의 음악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채가 풍부하고, 피아노곡에서도 종종 관현악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201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지난 9년간 조성진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제 진정한 목표는 음악적 깊이에 있어요. 피아니스트마다 자신만의 소리가 있는데 그것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소리를 개발할 수 있어요. 이 여정은 결코 끝나지 않아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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