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뉴진스 ‘탈취’ 계획 실재했나?… 방시혁vs민희진, 법정공방 쟁점은? [취재메타]
뉴스종합| 2024-04-26 16:00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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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하이브 의장 방시혁과 하이브의 자회사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진흙탕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고발과 맞고발도 예고 된 상태다. 결국 법정에서 양측이 맞붙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다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론 민 대표에 ‘배임’ 혐의 의율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임죄에 ‘배임 모의’는 없기 때문이다.

하이브, 26일 민희진 대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하이브가 26일 오전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소속된 자회사 어도어의 민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날 오전께 민 대표와 어도어의 신동훈 부대표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 및 피고발인 출석계획이라든가 수사진행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고발장 검토 후 수사진행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 25일 “민 대표의 주도로 경영권 탈취 계획이 수립됐다는 구체적 사실을 확인하고 물증도 확보했다”는 내부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에 민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민 대표도 같은 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가 어도어 부대표와 나눈 사적 대화를 부분적으로 잘라 ‘경영권 탈취’로 왜곡하고 있다”며 “경영권 탈취를 위한 의도나 실행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민 대표의 배임 혐의’ 주장하는 하이브 측 근거는

하이브는 어도어의 민 대표와 신 부대표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경영권 탈취의 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하이브는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진에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같은 지시에 따라 뉴진스와의 전속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방법,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 계약을 무효로 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 대표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해 ‘사담’이었을 뿐이라며 경영권 찬탈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하이브 측이)사담을 진지한 것으로 포장해 매도하는 의도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하이브가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자신을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잘 나가는 자회사 사장을 찍어 눌러 내보내는 일이 오히려 배임이고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 대표 측 변호사들도 어도어의 지분구조에 대해 하이브가 지분율 80%를, 민 대표 측이 2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찬탈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배임 혐의는 회사(어도어)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하는데, 어도어의 대표이사인 민 대표가 그러한 행위를 기도하거나 실행에 착수한 사실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직후 하이브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아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민 대표에게 어도어의 정상적 경영을 위해 사임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하이브는 어도어 이사진에 오는 30일까지 민 대표의 해임안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통보했다. 다만 어도어 이사진이 민 대표 측근들로 구성돼 이사회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사회 개최가 무산되면 하이브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임시 주총을 열고 해임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방시혁의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찬탈 논란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
법조계 “현재 단계에선 배임 혐의 인정 가능성 낮아”

민 대표는 어도어의 경영권을 찬탈하려 했다는 하이브 측 주장에 따라 현재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다만 법조계에선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더 나오지 않는 이상 업무상 배임 혐의가 그대로 인정되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많았다.

판사 출신 이현곤 법무법인 새올 대표변호사는 “지금껏 나온 상황만 보면, 민 대표의 배임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며 “기본적으로 대표이사가 임무에 위반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가 성립되는데, 지금 논란되는 경영권 찬탈 부분은 사실상 업무상 배임하고는 크게 상관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어도어의 대표이사가 민씨인데, 경영자가 무슨 경영권을 찬탈한다는 건지 논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며 “기존 주주를 몰아내고 새롭게 투자자를 받아 증자를 도모하는 상황은 소위 주주들 간 지분 싸움의 문제일 뿐 업무상 배임이 이럴 때 적용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이브 측의 ‘경영권 찬탈’ 주장은 법적으로는 의미없는 주장인 것 같고, 설령 민 대표가 외부에서 투자자를 데리고 와 증자 시도를 했다고 한들 회사에 무슨 손해가 간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배임죄 성립요건상 실행의 착수도 없었을 뿐더러 설령 착수가 있었다고 해도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사정이 없는 이상 인정되기 어렵다. 오히려 계열사(어도어)의 노하우를 모회사(하이브)라는 이름으로 다른 계열사(빌리프랩)에다 심는 것이 사실이라면 계열사(어도어)에 손해를 입히는 행위로서 불법이 성립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장판사 출신 이정엽 법무법인 로집사 대표변호사도 “자세한 내부 사정을 알 수 없으니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우선적으로 배임죄는 모의만 가지고는 성립될 수 없다”며 “하이브에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배임 행위에 착수했다는 점에 대해 공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명 서브텍스트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하이브가 민 대표를 상대로 어도어의 경영권을 찬탈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에게 경영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그건 엄연히 따졌을 때 불법 소지가 있다”며 “자본시장법과 상법상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는 만큼 기업에 대한 소유권은 지분 80%가 있는 하이브에게 있겠지만, 경영권은 어도어의 대표이사인 민 대표에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100% 자회사라고 해도 독립경영을 해야 하고, 자회사 대표이사는 자회사의 이익을 도모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자회사가 하이브의 다른 레이블을 위해 희생한다면 그게 오히려 하이브 측의 배임”이라고 말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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