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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합 9단’ 김우빈이 8kg 증량…전자팔찌 성범죄범 감시 ‘무도실무관’ 되다
라이프| 2024-09-11 08:23
1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무도실무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성균· 김우빈 두 주연배우와 김주환 감독.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①‘무도실,무관’? ②‘무도실무,관’? ③‘무도,실무관’. 앞의 두 가지로 읽으면 뭘까 싶다. 조선시대 무관인가? 무도실무를 배우는 도장인가? 하는 오해가 생긴다. 정답은 3번. 무술 특기자로 채용된 8·9급 상당 일반직 공무원을 뜻한다.

‘성범죄자알림e’에 등록된 전과자들은 누가 관리하는 걸까. 이러한 의문을 품었다면 진작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이란 직업은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보호관찰관과 2인 1조를 이루어 다니는 ‘무도실무관’은 좀 더 생소하다.

1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의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김우빈은 “부끄럽게도 이번에 연기한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에 대해서 이번 영화를 준비하면서 처음 들어봤다”며 “우리 곁에 항상 계셨던 분들이고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일상의 영웅임에도 잘 몰랐다. 그분들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김주환 감독은 예전부터 무도실무관 직업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더 깊은 관심을 가지기까지는 한 가지가 더 필요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집에 고지서가 하나 와 집 주변에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있단 걸 알게 됐다”며 “그쪽으로 더 깊숙히 파고들면서 이 직업에 대해서 본격적인 조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우빈이 연기하는 ‘이정도’는 걸그룹 ‘뉴진스’ 민지를 좋아하는, 순수한 노랑머리 청년이다. 무직 상태로 아버지 치킨집에서 배달을 하고, 오타쿠 친구들과 모여 e-스포츠를 즐긴다. 세상에 욕심도 없지만, 원망도 없는 유쾌한 친구로 그려진다.

10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건대입구에서 열린 '무도실무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성균· 김우빈 두 주연배우와 김주환 감독.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태권도3단·유도3단·검도3단, 도합 무술 9단의 피지컬 깡패이기 때문이다.

김우빈은 “세가지 무술을 무술 감독님께 동시에 배웠다. 촬영 3개월 전부터 하루 3~4시간씩 연습했다”며 “3개월 만에 실제 무술 9단이 될 순 없겠지만, 정도의 무술 재능이 순간순간 깃들어있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딱 봐도 건장하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8㎏을 증량했다”며 “하지만 체지방 없고 조각같은 몸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처럼 살집도 있고 얼굴도 좀 부어있는 편이 좋겠다 싶었다. 일부러 붓기도 안 빼고 촬영 현장에 갔다”고 말했다.

사건의 발단은 정도가 위험에 처한 무도실무관을 구해주면서 시작된다. 해당 무도실무관이 부상으로 공백이 발생하자 보호관찰관 김선민(김성균 분)이 정도에게 대행을 제안한다. 세상에서 ‘재미’가 없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자기만의 신념을 가진 정도는 처음엔 고민하지만, 이내 친구들이 ‘재밌을 것 같다’고 설득하자 일을 맡게 된다.

김성균은 “김선민은 어릴 때 어떤 사고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도움을 받은 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산 인물”이라며 “신체적 조건이 안 따라줘 보호관찰관이 되긴 했지만, 정도에게 좋은 형이자 멘토가 되어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선한 사람”이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김우빈과 김성균은 본격적인 영화 촬영을 앞두고 직접 수원 보호관찰소를 방문해 실제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성균은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이란 직업이 이름만 들었을 때는 딱딱하고 무섭고 누군가를 제압할 거 같은 이미지”라면서도 “실제 모습과 업무를 보니 단순히 감시만 하는 게 아니라 전과자들을 형처럼 나무라기도 하고 때로는 달래기도 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전과자들을 모니터링하는 일은 예상대로 ‘호모 루덴스’(유희의 인간)인 정도에게 지루했다. ‘내가 이 지역의 치안을 책임지겠다’는 완벽한 사명감이 없으면 상황판을 하루종일 들여다보는 일은 좀이 쑤시기 마련이다. 하지만 뛰어난 추적자 감각을 타고난 정도에게 경보 소리가 들리면 눈빛이 반짝거리며 돌변해버린다.

“오늘은 내 마음대로 놀거야”라며 성범죄를 예고하고 전자발찌 신호를 끊어버리는, 개과천선을 못한 전과자부터 마음 다잡고 살아보려했지만 주변의 멸시로 다시 죄를 지으려는 전과자까지…. 조연배우들의 실감나는 연기도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긴장감이 부족하다. 정도의 성장을 자극하면서도 그를 영웅으로 거듭나게 하려면 악(惡) 그 자체인 빌런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

연쇄강간범 박병화를 떠오르게 만드는 강기중(이현결 분)이 복역을 마치고 출소하면서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든다. 강기중의 주거지에는 분노한 주민들이 진을 치고 진입을 막는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에 딱 맞게도, 동네가 아수라장이 된 와중에 강기중은 베란다에 나온 이웃집 여자아이를 점찍어 둔다.

다만 김 감독은 “강기중의 모티브라고 할 수 있는 실존인물은 없다”며 “실질적 소재에서 시작했지만 픽션으로 많이 갔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기중의 수상한 동선을 쫓는 정도는 곧 범죄 집단의 표적이 된다. 강기중은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일당과 재회, 다크웹에서 유통되는 아동 성범죄물 촬영을 모의한다. 촬영 장소를 물색하고 ‘여배우’(피해 여자 아동)를 ‘섭외’하는 행동 대장은 연기파 이중옥 배우가 맡아 역겨움과 분노를 일으킨다. 김 감독은 “넷플릭스를 통해 범세계적 공개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소재)인 다크웹 범죄를 이야기에 넣었다”고 덧붙였다.

이정도와 김선민, 각각 ‘바른 길을 간다’, ‘선한 사람’이란 이름의 뜻에 걸맞게 이 둘은 아무리 악한 상대여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방식을 택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어떠한 피해를 입을지는 부차적이다.

김 감독은 ‘자신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 타인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에게도 그만큼 웅장한 사랑이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세상에 연민이 점점 더 없어지고, ‘과연 우리가 누구를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궁금증이 더 커지는 시대잖아요. 저는 작품을 통해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걸 재밌게 담으려고 했습니다.”

김 감독은 “그동안 했던 남(男)-남 케미 작품이 항상 대등한 친구 관계였다”며 “이번에는 멘토(김선민)와 멘티(이정도)의 관계를 그려냈다. 개인적으로 요즘 이런 관계가 사회적으로 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이 좋으면 2탄이 나올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영화 ‘무도실무관’은 13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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