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터;뷰] 지현우가 국민 연하남 시절을 그리워한 이유
뉴스| 2018-04-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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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소설' 지현우(사진=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남우정 기자]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끌렸죠”

큰 키에 해사한 미소, 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국민 연하남 지현우는 없었다. 유력한 차기 시장후보로 지명된 남자 경석(오만석)이 의문의 남자 순태를 만나면서 누군가 설계한 함정에 빠져 겪게 되는 24시간을 그린 스릴러 ‘살인소설’ 속에서 순태 역의 지현우는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다.

지금까지 지현우가 해왔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결이 다르다. 원조 연하남 지현우에게 익숙한 이들에게 낯설 수도 있겠다. 벌써 15년이 흘렀다. 철없이 뭣 모르고 연기를 시작했던 지현우는 어느새 책임감과 고마움을 아는 배우로 성장했다.

▲ 영화로는 굉장히 오랜만이다.

“신기했어요. 내 연기를 너무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니까 어색하면서도 재밌더라고요. 집중도가 다르니까요. 드라마는 매주 방송이 나가야하는 스케줄이라 정신없이 돌아가는 분위기였다면 영화는 회의할 시간도 있고 전날에 맞춰서 연습해 볼 수도 있어서 그런 부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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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장 붙박이라고 들었다. 아예 촬영장 근처에서 생활했나?

“의도한 부분이었죠. 잘 하고 싶었으니까요. 평소 인간 지현우로, 집에 있을 때 모습이 아닌 최대한 순태에 가깝게 있고 싶었어요. 감정을 깨고 싶지 않아서 촬영지에 있어 봤어요. 그 시간이 좋았고 촬영지가 대전이었는데 나랑은 잘 맞더라고요. 두 달 정도 머물렀던 것 같아요”

▲ 순태라는 캐릭터가 와 닿았나?

“와 닿지는 않은데 하다 보면 근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나고 후시 녹음을 하고 보니 그 감정이 점점 커지더라고요. 평상시에 생각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툭 세게 튀어나오기도 해요. 마지막에 경석에게 순태가 욕을 하는데 그건 대사에 없었어요. 녹음실에서 ‘이건 어때요’하고 했던 건데 영화에 쓰셨더라고요”

▲ 그래도 개봉 전에 영화가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아 부담은 덜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8년 전부터 쓰셨고 무너졌다 일어섰다 한 작품이 상을 받아서 좋아요. 그게 너무 행복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영화제에 간 줄도 몰랐어요(웃음) 감독님 혼자 갔다고 하더라고요”

▲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가장 끌렸던 지점은?

“일단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에 블랙코미디 적인 요소들이 강해서 끌렸어요.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이 나오고 시골에 있는 캐릭터들이 순수한데 웃기죠. 경석이 비리 정치인이지만 일반 사람들의 한번쯤 봤을 법한 사람이라는 지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순태는 그런 사람을 가지고 요리를 하죠. 상상으로만 했던 일을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이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사람을 자백하게 만드는 게 매력적이었어요. 다들 청문회에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걸 보고 답답했잖아요. 순태라면 그런 걸 캐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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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현실적이라 결말에서 카타르시스가 줄어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그런 엔딩을 좋아해요. 인생사가 항상 해피엔딩이 아니잖아요. 드라마 ‘송곳’에서도 엔딩이 작은 성과였고 그 안에선 수인(지현우)은 좌천됐죠. 씁쓸하지만 현실을 반영한 엔딩이라고 생각했어요. ‘원티드’도 마찬가지고. 그런 상황들이 현실적이죠. 그런 걸 보고 관객들이 잘못된 것에 소리를 높여주면 변화할 수 있겠다 싶어요”

▲ 현실적인 걸 좋아하나?

“현실적인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말도 안 되는 건 연기자로 공감이 잘 안돼요. 이해가 안 되는 걸 연기하게 되면 하는 척을 하는 건데 그걸 못하겠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소통이 중요한 것 같아요. 소통이 돼야 소화를 할 수 있는데 시간상 무작정해야 되는 경우엔 더 어렵죠. 다행히 그런 작품을 크게 안 해봤던 것 같아요”

▲ ‘송곳’ ‘원티드’에 ‘살인소설’까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인가?

“우연의 일치이기도 하고 타이밍이 흘러들어온 부분도 커요. ‘송곳’은 ‘올드미스 다이어리’ 감독 작품이었고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이라 하고 싶었어요. 그 이후로 그런 작품들이 들어온 것 같아요. 대본을 읽을 때 울컥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걸 보면서 내가 연기하는 작품이 힘겹게 싸우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 요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때문에 연하남이 인기다. 원조 연하남으로 옛날 생각도 날 것 같은데?

“옛날 생각 많이 나죠. 이젠 할 수 없는 캐릭터니까. 그때 좀 더 재미있게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요. 다시 한다면 절대 그때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 친구들 와이프가 난리가 났더라고요. 덕분에 친구들이 드라마 할 시간에 밖으로 나올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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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연하남 시절이 그립나. 만약 지금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찍는다면 어떨 것 같나?

“그땐 몰라서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내가 (예)지원 누나의 에너지를 받아줄 수 있을까 싶어요(웃음) 그 당시에 내가 21살 때였는데 누나들의 마음을 이해 못했어요. 지PD가 왜 인기가 많았는지도 몰랐죠. 그 시절 많이 그리워요. 무서운 것 없이 다 도전했던 그 때의 패기가 그립죠. 지금은 책임감이 커지고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땐 시청율도 전혀 신경을 안 썼는데 지금은 이 작품 안 되면 다음 작품을 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어요. 안정적이진 않은 직업이잖아요. 시청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길이 쉽지 않다는 걸 느껴요”

▲ 벌써 연기한 지 15년이 됐다. 지나보니 어떤가?

“책임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연차가 지날수록 후배들이 생기잖아요. 그 후배들에게 민폐 끼치고 싶지 않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들고 창피하고 싶지 않아요. 결국 제일 중요한 게 연기를 잘 해서 작품이 잘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 현장에 몰입해서 스태프들 못 챙길 때도 있어서 미안하죠”

cultu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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