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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생은 지금] ③ ‘표준계약서’ 과연 인권 개선의 희망일까?
문화|2019-02-08 22:19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엑소처럼 찬란히 빛나는 스타가 되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존재가 있다. 우리는 그들을 ‘연습생’이라 부른다. 목표를 이루는 그날을 위해 배우고 또 배운다고 해서 익힐 ‘연(練)’, 익힐 ‘습(習)’, 사람 ‘생(生)’을 쓴다. 하지만 특별한 재능과 운을 소유한 0.1%를 제외한 99.9%의 연습생들은 냉혹한 현실과 맞딱드리며 남몰래 눈물 삼키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된다. 여전히 ‘을 중에 을’ 취급을 받으며 인권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는 연습생들의 현재와 그들을 위한 작은 변화의 움직임들을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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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종이비행기 스틸컷)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곽민구 기자] K-POP의 인기가 커짐에 따라 예비 스타들인 연습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연습생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더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도 두팔을 걷어붙였다. 그 시작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연습생 표준계약서의 제정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3일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친 문화체육관광부는 연습생 표준계약서의 세부 내용을 조율해 곧 배포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습생 표준계약서 초안에 담긴 주요 사항으로는 ▲ 연습생 계약 기간 3년 초과 금지 ▲ 연습생 교육 활동 무상 제공 (수익 배분 시에도 공제 불가) ▲ 교육 활동 직접비 회계 내역 연 2회 연습생에게 통보 ▲ 수익 발생 시 수령 후 45일 이내에 정산금 및 정산 내역 지급 ▲ 기획업자, 임원, 소속 직원의 성범죄 확정 판결시 연습생 계약 해지 가능 등이 있다.

‘아이돌 연습생의 땀과 눈물’의 저자인 문화사회연구소 이종임 연구원은 “연습생 표준계약서 제정 관련 부서 담당자와 과거 만났을 때,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기에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던 게 기억이 난다. 하지만 제도적 차원에서 연습생 표준계약서가 제정된다면 연습생 입장에서는 계약과 관련해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생기는 것이고, 기획사 입장에서는 연습생 계약 시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생길 거다. 효력을 떠나 그런 부분에서 연습생 표준계약서 제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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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습생 표준계약서 초안 캡처)



■ 연습생 시장 규모는↓…실력에도 영향 미칠까?

연습생 표준계약서 초안 공시 내용 중 쟁점이 된 부분은 교육 활동 무상 제공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도 제대로 된 소속사들은 연습생에게 교육비나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습생이 데뷔해 수익이 생기면 정산 시 교육 활동 및 앨범 제작과 관련된 비용에 대한 우선 공제를 진행한다. 데뷔 후 몇 년 동안 ‘수익 0원’을 기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새 연습생 표준계약서 초안에는 수익 배분 시에도 교육 활동 직접비를 공제할 수 없도록 명기돼 있다.

중소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 육성은 현재도 도박에 가까운 도전이다. 연습생 육성부터 제대로 된 데뷔 앨범 한 장을 내고 활동하기 위해서 5억 정도의 비용을, 또 그룹의 흥망이 결정되는 3~4년 차까지 꾸준히 활동하기 위해 30~40여억 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이 발생해도 교육 활동 직접비를 공제할 수 없다는 건, 중소 기획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인 그룹의 데뷔를 준비 중인 한 소형 기획사 대표는 “이 조항 그대로 연습생 표준계약서가 제정된다면 규모가 작은 소속사들은 연습생 육성에 부담을 느끼게 될 테고, 결국 직접 육성보다는 신인을 데뷔시킨 타 소속사에 남은 연습생을 섭외해 빠르게 팀을 꾸리는 방법을 택할 듯싶다. 그럴 여력도 되지 않는다면 핵심 멤버 1, 2명을 육성한 뒤 학원 등에서 연습생을 급조해 팀을 데뷔시킬 테고, 이는 곧 연습생 실력 하향 평준화의 불씨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작곡가와 기획사 대표를 병행 중인 K는 “연습생 시장의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수보다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소수의 재능 있는 연습생 육성에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됨으로써 실력 면에서는 더 상향 평준화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 견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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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돌 연습생의 땀과 눈물 표지, 영화 종이비행기 스틸컷)



■ 인권 침해에 대한 '후 조치' 아닌 '선 예방' 위한 교육의 필요성

연습생 표준계약서는 어떤 형태로든 연습생들의 인권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남아있다. 법률상담 등의 인권 침해에 대한 후 조치 지원이 아닌 예방을 위한 교육 지원의 부재다.

아이돌 1, 2세대 때의 소속사들은 연습생들의 기능적 발전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최근 JYP, 큐브, SM 등 대형 기획사들은 기능적 교육을 넘어 연습생들의 멘탈케어에 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인성교육을 비롯해 성교육, 자존감을 높이는 상담까지 진행하며 연습생을 관리 중이다.

하지만 이는 일부 연습생만이 누리는 혜택일 뿐이다. 그 외 연습생들은 보컬, 댄스, 외국어 등 기능적 교육에 대해서는 소속사와 학원을 통해 배움의 기회를 얻지만, 자신의 인권을 지킬 수 있게 하는 교육은 받을 방법이 전무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내 대중문화예술지원센터에 ‘청소년 연예인·연습생 소양교육’이 주요 업무로 명기돼 있기는 하지만, 문의 결과 연습생 소양 교육과 관련된 교육 콘텐츠나 강의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진행되고 있진 않았다.

연습생을 위한 의무적인 소양교육 또는 인권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묻자, 문화사회연구소 이종임 연구원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도 잘 표현이 됐는데, 한국 사회는 10대를 온전한 주체로 대하질 않는다. 엘리트 교육이 유지되는 분야는 특히 더 그렇다. 인권은 배제한 채 성공을 위한 노력만을 요구한다. 그 전까지는 참고 노력해야 한다는 게 사회 전반적 분위기다보니 단순하게 의무적 교육 한 번으로 연습생들의 인권 개선이 이뤄질지에 대해서 회의가 든다. 어떤 형태로든 인권 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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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