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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 15R] 베니테즈의 뉴캐슬은 심장이 없다
뉴스| 2017-12-0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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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가장 열렬하기로 유명한 뉴캐슬의 팬들이지만, 선수들은 그 열정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사진=뉴캐슬 공식 트위터]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혁희 기자]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전략가' 라파엘 베니테즈 뉴캐슬 감독의 한계는 이번에도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파이브백에 가까운 두 줄 수비를 선보였음에도 역부족이었다. 2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런던의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와 뉴캐슬의 프리미어리그 15라운드 경기에서 첼시의 에당 아자르의 멀티골을 앞세워 3-1 역전승을 거뒀다.

베니테즈는 과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에서 발렌시아를 이끌고 리그 우승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을 이끌고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후 인터밀란, 첼시, 나폴리,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었지만 앞선 두 팀에서만큼의 영광을 이루진 못했다. 그를 거쳐간 수많은 선수들의 공통적인 의견은 극단적이었다. '유럽 최고의 전술가지만, 유럽 최악의 소통 능력을 지닌 사람'이 베니테즈를 지칭하는 선수들의 표현이었다. 자존셈이 센 스타 선수들과 소통하지 않고, 자신의 철학만을 고집한다는 인상이 베니테즈의 전반적인 이미지다.

베니테즈를 명장에 반열에 올린 것은 탁월한 수비조직력 관리와 플레이메이커-원톱의 활용 능력이다.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수비라인을 형성한 후, 경기를 지배하는 플레이메이커(발렌시아에서의 파블로 아이마르, 리버풀에서의 스티븐 제라드)와 폭발적인 원톱 공격수(발렌시아에서의 미스타, 리버풀에서의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지금 지휘봉을 잡고 있는 뉴캐슬에서도 베니테즈가 보여준 전술은 크게 다르지 않다. 15-16 시즌 막판 뉴캐슬에 부임했지만 잔여 경기의 촉박함으로 팀의 강등을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2부격인 챔피언십으로 떨어진 팀을 떠나지 않았고, 베니테즈는 한 시즌만에 승격을 이뤄내며 자신과 뉴캐슬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한 시즌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온 뉴캐슬은 챔피언십에서의 형태를 유지했다. 다만 뉴캐슬은 챔피언십에서는 절대적인 우승후보였다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잔류를 걱정해야할 처지다. 거기에 구단주의 소극적인 투자로 잔류를 위한 보강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며 힘겨운 잔류 싸움이 예고되었다.

현재 뉴캐슬의 순위는 4승 3무 8패로 중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강등권과는 거리가 있으나 '돌풍'이라 할 움직임 또한 없다. 그간 뉴캐슬의 명성은 압도적인 전력과 승점을 지닌 우승후보보다는, 꾸준히 상위권을 위협하는 '중견 명가'의 역할로 쌓은 것이다. 그런 과거의 영광에 비추어 본다면 현 뉴캐슬의 행보가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베니테즈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토로해왔듯,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지지부진한 전력 보강이다. 자본이 넘쳐나는 프리미어리그 팀들 사이에서 제자리걸음은 퇴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전력의 부족만을 탓하기엔 뉴캐슬의 수비 조직력이 '베니테즈의 팀'답지 않다. 선수들과 소통을 거의 않는 베니테즈에게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자신을 대신해 선수단을 이끌 주장단의 존재다. 발렌시아에서는 '영혼의 듀오'로 불리며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루벤 바라하, 다비드 알벨다가 있었고, 리버풀에서는 '캡틴' 스티븐 제라드와 수비 리더 제이미 캐러거가 선수들을 이끌었다. 주장단과 신뢰가 쌓였을 때 베니테즈는 성공했고, 그들과 반목할 때 그는 어김없이 실패했다.

8시즌 동안 활약하며 뉴캐슬의 심장이나 다름 없던 파브리치오 콜로치니(現 산 로렌조)가 2016년 고국 아르헨티나로 돌아간 이후, 뉴캐슬은 팀의 역사를 이해하고, 팬들의 지지를 받는 주장이 없다. 자연스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없고, 선수들은 현상 유지 혹은 뉴캐슬을 발판 삼아 빅클럽으로 이적할 기회만을 찾게 되었다.

이번 첼시전에서도 뉴캐슬의 '팀 스피릿'의 부재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베니테즈가 조련한 수비진들은 무난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첼시 정도의 팀을 상대로 무난해서는 승점을 따낼 수 없다. 머리로 이해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수비 전술에서, 그 사이를 매개할 심장이 없었다. 호통 치며 동료들의 집중을 유지하는 선수가 전무했다. 뉴캐슬 선수들은 베니테즈가 필드 위에 세워둔 장기말에 지나지 않았다. 스포츠에서 가슴 뛰는 열정이 없는 팀이 성공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뉴캐슬의 숙제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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